계약갱신청구제
주택 임대차 계약을 맺고 2년 거주한 세입자가 원할 경우 1회에 한해 2년 재계약을 요구할 수 있도록 보장한 제도.
2020년 7월30일 '주택임대차보호법(주임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다음 날인 7월31일 공포와 함께 시행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세입자는 추가 2년의 계약 연장을 요구할 수 있고 집주인은 자신이 실거주하는 사정 등이 없으면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이때 임대료인상은 직전 계약액의 5%를 이내로 제한된다.
<전망>
계약갱신 거절의 경우 불명확한 규정이 많아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을 키울 것으로 우려된다.
2020년 7월 31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개정 주임법 제6조의3 제1항 임대인이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사유를 놓고 혼란이 커지고 있다.
가장 논란이 예상되는 부분은 ‘임차인이 주택의 전부 또는 일부를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파손한 경우’다. ‘파손’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 없어 어느 정도의 파손이 계약갱신 거절 사유가 되는지 알 수 없다.
“붙박이장 일부가 훼손되고 벽지가 뜯기거나 오염된 경우도 파손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그 정도는 경미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파손 정도는 상대적이어서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나 법원의 해석을 들어봐야 한다”고 밝혔다.
임대인의 동의 없이 주택의 전부나 일부를 재임대한 것도 갱신 거절 이유가 된다. 세입자가 집을 빌려 숙박 공유 서비스업을 하고 있는 경우 집주인이 ‘동의한 적 없다’며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 세입자 A씨가 B씨에게 월세 일부를 보전받는 조건으로 집을 공유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세입자가 “집주인의 동의를 구했다”고 주장할 때도 객관적으로 제시할 증빙자료가 있어야 한다. ‘암묵적 동의’ ‘묵시적 연장’ 등을 두고 당사자들이 입장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계약갱신요구를 할 수 있는 시점을 두고도 혼란이 예상된다. 현재는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계약 갱신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런데 2020년 12월 10일부터는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갱신을 청구해야 한다. 지난 2020년 6월 9일 관련 규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해외사례>
계약갱신청구권의 경우엔 일본의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일본도 정당한 사유가 인정될 때만 계약갱신 거절이 가능하다. 이 경우 임대인이 지급하는 퇴거료도 인정된다. 여러 판례는 집주인이 퇴거료 지급을 조건으로 갱신을 거절할 경우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다음 임차인에게서 퇴거료를 보전받는 사실상의 권리금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 이번에 도입된 계약갱신청구권도 합의금을 인정하고 있다.
영국엔 3가지 임대차 형태가 있다. 규제임대차와 보장임대차, 단기보장임대차다. 규제임대차가 가장 강력한 임차인 보호 조치다. 세입자가 임대료 연체를 하거나 불법으로 주택을 사용하는 상황에서 법원이 인도명령을 해야 임대인이 집을 되찾을 수 있다. 하지만 1989년 이후 임대차계약에선 찾기 어렵다는 게 법무부의 지난해 연구용역 조사 결과다. 보장임대차는 일정한 사유와 절차가 없으면 임대차기간이 만료돼도 계약을 종료시킬 수 없는 제도다. 단기보장임대차는 집주인이 2개월 전에 통지만 하면 아무런 사유 없이 세입자를 내보낼 수 있다. 현재는 이 제도가 가장 보편적이다.
프랑스는 임대차계약기간을 3년으로 인정한다. 만료 6개월 전 통지를 하지 않을 경우 묵시적 연장으로 인정한다. 계약이 만료될 때 임대인이나 임대인의 가족이 거주하려는 경우엔 갱신 거절이 가능하다. 또 해당 집을 파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다만 임차인이 고령이거나 저소득층일 땐 대체 주택을 제공해야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미국 뉴욕주는 계약갱신이 원칙이다. 세입자가 임대료를 계속 지급하는 한 임대인이 갱신거절이나 퇴거를 통보할 수 없다. 다만 임차인이 위법 행위를 하거나 임대인의 입주, 자선 목적 사용 등의 사유가 있을 땐 거절이 가능하다.
독일은 가장 강력한 임대차보장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기간을 정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이때 임대인이 계약을 해지하려면 정당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임차인이 의무를 위반하거나 임대인이 입주해야 하는 경우, 해당 토지를 이용하는 데 불이익이 발생하는 경우 정당성이 인정된다. 그러나 이 같은 사유가 임차인에게 너무 가혹하다면 세입자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즉시 해지 규정도 있다. 임차인이 권한 없이 제3자에게 해당 집을 전대하거나 2기 연속으로 임대료를 미납할 때다. 이 경우 중대한 사유로 보고 임대인의 계약 해지를 인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