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용어사전

디폴트 옵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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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에 가입한 근로자가 특별한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사업자가 사전에 등록돼 있는 자산배분형 적립금 운용방법으로 자동 운용하는 제도다. `사전지정운용제'라고도 한다. 안정형 중립형 공격형 등 연금 사업자가 마련한 투자상품 가운데 노사가 미리 결정한 방법으로 운용한다.

디폴트 옵션이 도입된 미국에선 DC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은 근로자 10명 중 9명이 생애주기별로 알아서 자산을 굴려주는 타깃데이트펀드(TDF)를 활용해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

낮은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일 수 있어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평균 수명은 늘어가는데 국민연금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를 보충해주려면 퇴직연금이 수익을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2015년 이후 5년간 퇴직연금 수익률은 1%대에 불과하다. 예금에서 잠자고 있는 퇴직연금을 안전한 펀드 등으로 옮겨 수익률을 높이자는 게 디폴트옵션 도입 취지다.

2021년 12월 2일 국회에서 디폴트옵션 도입을 골자로 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2022년 7월 제도가 도입됐지만, 어떤 상품을 허용할지 결정되지 않아 시행은 미뤄지다가 2022년 10월부터 디폴트옵션 상품이 선보일 예정이다.

디폴트옵션이란 퇴직연금 가입자가 별도로 운용 방법을 고르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사전에 지정된 포트폴리오로 운용되도록 한 것이다. 개인에게 장기적인 자산 운용을 요구하는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의 단점을 이 제도가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금융투자업계에선 보고 있다.

2020년 말 기준 퇴직연금 총 적립금은 255조5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원리금보장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89.3%인 228조1000억원이다. 이 중에는 아무 운용 지시를 하지 않아 방치된 금액이 다수 포함돼 있다. 제로(0) 금리 시대에도 98조5000억원이 예·적금에 담겨 있다. 지난해 원리금보장형 전체 수익률이 연 1.68%에 불과한 이유다.

DC형 퇴직연금은 가입자 개인이 현재도 직접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할 수 있다. 하지만 투자 실패로 연금을 까먹을 수 있다는 우려, 금융지식이나 관심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자산 대부분이 사실상 방치돼왔다. 미국과 호주 등 연금 선진국들은 이미 디폴트옵션을 도입한 상태다. 안정적인 배당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리츠나 생애주기에 맞춰 주식과 채권 비중을 조절해주는 타깃데이트펀드(TDF)에 주로 투자하며 최근 5년간 연평균 5~7%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디폴트옵션 도입 절차는?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면 자신이 속한 회사가 제도를 손질해 디폴트옵션을 도입해야 한다. 이후 회사가 정한 퇴직연금 사업자(은행, 보험, 증권사 등)는 가입자에게 사전지정운용방법(포트폴리오)을 제시하게 된다. 근로자들은 제시된 포트폴리오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근로자가 퇴직연금 가입일로부터 4주가 지날 때까지 별도 운용 지시를 하지 않으면 사업자는 근로자에게 “적립금이 미리 선택한 포트폴리오로 운용된다”고 통지해야 한다. 통지 이후 2주 이내에도 가입 근로자가 운용 지시를 하지 않으면 사전에 지정된 포트폴리오로 자동 운용된다.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더라도 현 개정안에 따르면 원리금보장형을 선택할 수 있다. 디폴트옵션에 원리금보장형이 포함될 경우 도입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비판이 거셌지만 원금 손실 우려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를 고려해 원리금보장형도 디폴트옵션에 포함하기로 했다. 실제 일본은 디폴트옵션 제도를 도입했지만 원리금보장형이 제도에 포함되면서 여전히 디폴트옵션 투자자의 75%가 원리금보장형으로 운용하고 있다.


“원금 사수 인식 바꿔야”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주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에 연금을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근로자도 눈에 띄게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증권사의 연금 적립금 규모가 작년 말 대비 24% 증가했다. 연금 상품으로 해외 펀드를 택하는 이들도 가파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해외 자산을 60% 이상 편입한 글로벌 펀드가 퇴직연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연평균 67%씩 늘고 있다.


방치한 퇴직연금…'디폴트옵션'이 年 5~7% 수익 내줄까
디폴트옵션 도입으로 근로자가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은 TDF를 비롯해 밸런스펀드(자산배분·혼합형펀드), 부동산인프라펀드, 머니마켓펀드(MMF) 등이다. 국내 투자자들에게 적합한 상품으론 TDF가 가장 많이 거론된다. TDF는 은퇴 시점에 맞춰 주식과 채권 비중을 알아서 조절해주는 상품이다. 약 30년 뒤인 TDF2050을 고를 경우 상대적으로 주식 투자 비중이 높다. 다만 TDF는 국내에 도입된 기간이 짧아 장기 수익률 부문에서 검증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 현재 가장 긴 수익률이 확인된 상품으론 삼성한국형TDF2045(5년 수익률 62.00%), 미래에셋자산배분TDF2040(57.17%) 등이 있다. 전체 TDF의 5년 수익률은 약 46%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디폴트옵션 도입으로 원리금보장형을 택해 원금을 사수해야 한다는 기존의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박종원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내 퇴직연금 중 위험자산 비중은 10% 미만이지만 미국 영국 호주의 경우 위험자산 비중이 50% 이상”이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도 평균 50%이고, 국내 공적 연기금의 위험자산 운용 비중은 60%를 웃돈다”고 설명했다. 원금을 지키기 위해 과도하게 예·적금에만 매몰될 필요가 없단 얘기다.


최종진 미래에셋증권 연금본부장은 “디폴트옵션이라는 것 자체가 근로자가 선택하는 옵션이 생겨날 뿐 당장 원금을 해치는 것은 아니다”며 “확정급여(DB)형이 아닌 DC형 가입자들은 적극적인 퇴직연금 운용을 통해 수익률이 연평균 4% 수준의 임금상승률 이상을 기록해야만 DB형 가입자에 비해 손해를 보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디폹트옵션 Q&A


1) 원리금은 무조건 보장돼야 한다?
개인이 직접 투자를 하는 DC형의 지난 5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1.64%다. 실제 운용은 하지 않기 때문이다. DC형 적립금의 83.3%가 예금 등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편입돼 있다. 물가 상승률과 각종 수수료를 제하면 실제 수익률은 0%대다. ‘노후 소득 보장’이라는 퇴직연금의 취지는 퇴색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노인 빈곤율은 43.8%로, OECD 평균(14.8%)을 크게 웃돌고 있다. 예금에서 잠자고 있는 퇴직연금을 상대적으로 안전한 각종 펀드에 투자해 수익률을 높이자는 것이 디폴트옵션 제도 도입의 취지다. 증시 상황에 따라 마이너스 수익률이 나는 해도 있겠지만 장기로 보면 국내 유가증권시장, 미국 나스닥·S&P500은 뚜렷한 우상향 그래프를 그려왔다. OECD 국가 중 아직 디폴트옵션을 도입하지 않은 국가는 한국을 비롯해 에스토니아, 체코, 슬로바키아공화국 등 4개국뿐이다.

(2) 원리금 보장 상품은 가입 못 한다?
할 수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3개의 디폴트옵션 관련 법안(윤창현·김병욱·안호양 의원)은 모두 디폴트옵션을 ‘의무’가 아니라 ‘옵션’으로 표시했다.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더라도 ‘원리금 손실은 못 참는다’는 투자자는 원리금 보장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

디폴트옵션을 선택했다가 언제든 원리금 보장 상품으로 갈아탈 수도 있다. 사전에 선택한 투자 상품도 언제든 바꿀 수 있다. 디폴트옵션의 적격연금상품은 은퇴 시점과 시장 상황 등에 따라 자산 배분 기능이 내재된 타깃데이트펀드(TDF)와 밸런스펀드(자산배분·혼합형펀드), 변동성을 축소한 스테이블 밸류 펀드(SVF), 부동산인프라펀드 등으로 구성돼 있다.

(3) 본인도 모르게 디폴트옵션에 가입?
그렇지 않다. 디폴트 옵션 제도는 별다른 운용 지시를 하지 않아도 금융회사가 가입자 투자 성향에 맞춰 운용하는 제도다. 호주 등에선 별다른 동의 절차 없이 자동으로 가입된다. 그러나 한국에선 총 세 번에 걸쳐 가입자의 의사를 묻는다. 기존 상품의 만기일이 다가오면 금융회사가 가입자에게 이를 사전에 통보하고, 만기 후 4주가 지나도 운용 지시가 없으면 가입자에게 디폴트 옵션 적용을 알린다. 그 이후에도 2주간 가입자의 운용 지시가 없으면 가입자가 사전에 결정한 적격연금 상품에 편입된다. 디폴트옵션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연금 운용사들은 가입자에게 투자 성향에 맞는 연금 상품을 고를 수 있도록 일괄적으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4) 공모펀드 수익률은 예금과 차이 없다?
퇴직연금에 디폴트옵션 '초읽기'…수익률 끌어올릴 '구원투수' 되나
퇴직연금 고객을 증권사에 빼앗길 것을 우려하는 은행·보험 업계는 “2010~2019년 공모펀드와 예금의 연간 수익률은 각각 2.7%, 2.5%로 0.2%포인트 차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2.7%’에는 인버스 펀드, 유가·환율·금리 등에 연동하는 펀드 등 수익률이 포함돼 있다. 연금 계좌로 투자할 수 없는 펀드를 포함한 수치다.


디폴트옵션을 통해 투자할 수 있는 대표 펀드인 TDF의 수익률은 이보다 훨씬 높다. 2017년 국내 처음 출시된 TDF 수익률은 2018년 -7.4%, 2019년 16.0%, 2020년 9.7%를 기록했다. 증시가 좋지 않을 때 마이너스를 기록할 때도 있지만 1~2%대인 예금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이다. 국내 TDF 상품은 대부분 해외 운용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비슷한 전략으로 운용하고 있다. 2011~2020년 뱅가드 티로프라이스 JP모간 등 주요 해외 TDF 평균 수익률은 9.2%였다.

(5) 변동성 큰 韓 증시에 투자하는 건 곤란?
연금으로 투자할 수 있는 TDF나 혼합형 펀드는 글로벌 분산투자 상품이다. 한국 증시 비중은 2~3%에 불과하다.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TDF는 국가별 시가총액 비중대로 투자 비율을 맞춘다. 해외 분산투자로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

**일본 사례
최근 디폴트옵션 도입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원리금 보장형 상품 편입 여부다. 은행과 보험회사는 “퇴직연금 손실은 있을 수 없다”며 디폴트옵션에 원리금 보장상품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금융투자회사들은 “적극적인 투자로 퇴직연금 운용 수익률을 제고해야 한다”며 맞서왔다. 은행업계 공세에 밀린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은 “원리금 보장상품을 디폴트옵션 상품 유형에 포함시킨 법안을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통과시켜주기 바란다”며 논쟁에서 한발 물러섰다.

금투협의 발표에도 증권업계에선 여전히 원리금 보장상품 편입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원리금 보장형 상품이 편입되면 디폴트옵션 도입 자체가 무의미해진다는 것이다. 일본이 대표적 실패 사례다. 2018년 디폴트옵션을 시행할 때 일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원리금 보장형 상품을 편입했다. 그 결과 디폴트옵션을 도입한 이후에도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투자금이 쏠렸다.

2014년 96.1%였던 원리금보장형 상품 비율은 디폴트옵션을 도입한 2018년 76.3%, 그 다음해엔 76.0%를 기록했다. 저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퇴직연금 수익률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2014년 5.4%던 일본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은 2019년 -1.9%를 기록했다. 반면 퇴직연금 성공 사례로 꼽히는 호주는 1992년 디폴트옵션을 도입했다. 2014년 ‘마이슈퍼’로 제도를 개편하고 국내 타깃데이트펀드(TDF)와 비슷한 라이프사이클펀드, 혼합형 펀드 등에 투자할 수 있게 했다. 호주의 퇴직연금 중 마이슈퍼(약 8000억원)가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한다. 호주 퇴직연금의 연평균 수익률은 7.03%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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