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통화스와프
[S. Korea-US Currency SWAP]한미통화스와프는 한국의 원화를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에 맡기고 달러화를 가져오는 것을 말한다.
한국이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면 원화는 글로벌 기축통화인 달러화와 교환이 가능해진다. 한국이 외화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을 때 스와프 한도 내에서 원화를 맡기고 달러화를 끌어올 수 있는 것이다. 즉 한국으로선 ‘달러화 우산’ 아래 들어가고 스와프 한도만큼 외환보유액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이 때문에 국가 부도 위험이 낮아지고 대외신인도 상승에도 도움이 된다.
한국은 캐나다(사전한도 없음), 중국(590억달러), 스위스(106억달러), 인도네시아(100억달러), 호주(81억달러), 아랍에미리트(UAE·54억달러), 말레이시아(47억달러), 튀르키예(터키·20억달러) 등 8개국과 통화스와프를 맺고 있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3 국가와는 384억달러 규모로 다자간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 미국은 유럽연합(EU), 일본, 영국, 스위스, 캐나다 등 5개국과 상설 스와프를 맺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과거 두 차례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과 코로나19 위기 초기인 2020년이었다. 첫 스와프를 체결할 당시엔 미국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신청 등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육박했다. 일부 외신에서는 한국이 또다시 IMF 구제금융을 받을 수 있다는 식의 보도까지 나왔다. 미국은 EU, 스위스, 일본, 캐나다, 영국, 호주 등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했지만 한국 등 신흥국과의 체결은 주저하고 있었다.
한국은 당시 ‘리버스 스필오버(reverse spill-over)’ 논리로 미국에 스와프 체결 필요성을 설득했다. 금융위기에 처한 신흥시장국이 자국 통화 안정을 위해 보유 중인 미국 국채를 팔면 미 국채 가격이 급락(금리는 급등)하고 결국 신흥국의 금융 불안이 미국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논리였다. 강만수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서 당시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과 만났을 때 리버스 스필오버를 거론하며 “We need swap(우리는 스와프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는 일화도 있다. 당시 한국은행도 미국 중앙은행(Fed)을 설득하기 위해 전방위로 뛰었다. 결국 미국은 2008년 10월 한국과 3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 싱가포르 멕시코 뉴질랜드 브라질 등도 통화스와프 대상 국가로 함께 지정했다. 한·미 통화스와프는 두 차례 연장 끝에 2010년 2월 종료됐다.
두 번째 한·미 통화스와프도 한국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진 상황에서 체결됐다. 첫 번째 통화스와프의 두 배인 600억달러 규모였다. 한·미 통화스와프가 체결된 2020년 3월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외국인 자금이 대거 이탈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1300원에 육박하던 시기였다. 당시 통화스와프는 Fed의 주도로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미국은 한국 외에 호주 브라질 멕시코 등 8개국과도 같은 날 통화스와프를 맺었다. 그만큼 미국이 코로나19 위기를 심각하게 여겼다는 방증이다. 신흥국을 중심으로 달러 유동성 부족 문제가 불거지면 미국도 부메랑을 맞을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두 번째 한·미 통화스와프는 2021년 12월 추가 연장이 이뤄지지 않아 종료됐다.
한·미 통화스와프는 2022년 들어 다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고물가를 잡기 위해 미국이 고강도 긴축에 나서면서 강달러 기조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 평균 1144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상승세를 거듭해 2022년 6월1300원대에 진입했다.
한·미 통화스와프는 과거 체결 당시 외환·주식시장에서 즉각적으로 효과를 냈다. 2008년 10월 30일 새벽 체결 소식이 알려지자 당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77원 떨어진 1250원으로 마감했다. 1997년 12월 26일(-338원) 후 최대 하락폭이었다. 코스피지수도 115.75포인트 오른 1084.72로 장을 마쳤다. 증시 개장 후 최대 상승폭이었다.
2020년에도 패닉 상태이던 금융시장이 안정됐다. 3월 19일 밤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이 발표되자 다음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9원20전 내린 1246원50전으로 마감했다. 코스피지수는 108.51포인트 오른 1566.15로 장을 마쳤다. 당시 이주열 한은 총재는 “통화스와프 체결은 불안한 시장을 잠재우는 데 1차 목표가 있다”고 말했다.
한·미 통화스와프는 올 들어 다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고물가를 잡기 위해 미국이 고강도 긴축에 나서면서 강달러 기조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 평균 1144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상승세를 거듭해 2022년 6월 1300원대에 진입했다.
한국은행이 2022년 7월 13일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까지 밟았지만 환율 급등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원·달러 환율은 빅스텝 이틀 뒤인 7월 15일 13년3개월 만에 처음으로 1320원을 넘었다. Fed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에 이어 울트라스텝(한 번에 1.0%포인트 인상)까지 밟을 것이란 관측이 나올 만큼 돈줄을 죄고 있기 때문이다. Fed가 2022년 7월 26~2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75%포인트만 올려도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2.50%까지 오르면서 한국의 기준금리(연 2.25%)보다 높아진다.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되면 외국인 자금 유출이 빨라지면서 환율이 더 뛸 가능성이 있다.
외환당국은 이미 환율 방어 과정에서 상당한 외환보유액을 소진한 상태다. 한은에 따르면 외환보유액은 2022년 6월 4382억8000만달러로, 반년 새 248억달러 감소했다. 6월 한 달에만 94억3000만달러의 외환보유액이 증발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8년 11월(-117억5000만달러) 후 월간 기준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관가와 정치권에서는 지속적으로 한·미 통화스와프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지만 정부 안팎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이창용 총재는 “통화스와프에 관심이 많은 건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우리가 (경제위기가 있던) 1997년, 2008년으로 가는 상황은 아니다”고 했다. 반면 현재와 같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 위기 속에서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처럼 에너지와 식료품을 해외에 크게 의존하는 국가는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외환시장을 중심으로 강력한 금융시장 불안 요인이 발생할 수 있다”며 “한·미 금리 역전 우려도 커지는 만큼 통화스와프의 필요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한·미 통화스와프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견이 나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만약 통화스와프가 체결된다면 현재 1300원대의 원·달러 환율이 1200원 밑으로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이에 따라 수입 물가도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반면 정부 관계자는 “한·미 통화스와프를 체결해도 환율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미 통화스와프를 통해 들어오는 달러는 현물환시장이 아니라 외화자금시장에 투입된다”며 “현재 한국의 시장 상황을 보면 현물환시장에서 달러가 부족해 환율이 오르는 것일 뿐 외화자금시장엔 전혀 문제가 없고, 높은 이자를 주고 달러를 더 빌리려는 수요도 없다”고 했다. 2020년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때만 해도 외화자금시장에서 달러 수요가 갑자기 늘면서 이자를 좀 더 내더라도 달러를 빌리려는 수요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통상 외환시장으로 불리는 시장은 현물환시장을 말한다. 매일 고시되는 환율도 현물환시장에서 정해진다. 외화자금시장은 환헤지를 위한 시장이다. 수요자는 달러 등 외화를 빌려서 정해진 환율에 이자와 함께 갚는다. 2020년 한·미 통화스와프 때도 실제로 국내에 조달한 자금은 600억달러 한도에서 첫 두 달간 총 200억달러에 그쳤다. 양국은 이후 달러 자금 수요가 없는데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계약을 연장해 오다가 지난해 말 종료시켰다.
현재의 원화 가치 하락은 미국의 고강도 긴축이 주된 요인인 만큼 한·미 통화스와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영국 캐나다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1973년=100)는 올초 96.21에서 지난 18일 107.43을 기록했다. 미국과 상설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국가들의 통화 가치가 올 들어 달러 대비 평균 12%가량 하락한 것이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같은 기간 10.5%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오히려 하락폭이 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한·미 통화스와프의 ‘약발’은 오래가지 않았다. 1200원대로 떨어진 원·달러 환율은 연말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고, 이듬해 3월에는 155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유동성 위기나 외환위기에 빠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통화스와프는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며 “현재로선 심리적으로 시장을 안정시키는 정도의 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국도 체결 원할까
미국이 한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할 유인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달러가 미국의 수입물가를 낮춰 인플레이션 억제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9.1% 오르며 1981년 11월 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또 미국이 세계적으로 유동성을 흡수하려는 움직임이어서 달러를 푸는 효과가 있는 통화스와프에 소극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미국이 한국만을 상대로 통화스와프를 체결할 가능성도 작다. 이 총재는 “통화스와프는 (미국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통화스와프를 하게 된다면)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정부와 한국은행의 교섭력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형태 김앤장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상황에서 Fed가 통화스와프 대상을 확대할 유인이 없다”며 “Fed와 한은 간의 차원이 아니라 경제안보, 동맹강화, 미국에의 반도체 투자 확대 등과 연계해 설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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