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광가속기
[放射光加速器, synchrotron radiation]나노미터(㎚·1㎚=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 세계를 분석하는 설비로 ‘꿈의 현미경’이자 `초고성능 거대 현미경'으로도 불린다. 빛의 속도(초당 30만㎞)에 가깝게 가속된 전자가 진행 방향을 바꿀 때 방출하는 광선(방사광)을 이용해 ㎚ 단위 물질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다.
방사되는 빛은 적외선에서 X-선에 이르기 까지 다양하여 연구자는 필요에 따라 적정파장의 빛을 분광하여 실험에 활용한다.
우리나라는 1994년 12월 포항공대에 세계에서 5번째로 제3세대 원형방사광가속기(PLS-II)를 설치했다. 이후 2016년 9월 29일에는 미국, 일본에 이서 세계에서 3번째로 4세대 선형 방사광 가속기(PAL X-ray Free Electron Laser)보유국이 됐다.
4세대 방사광 가속기는 물질의 미세구조와 현상을 관찰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슈퍼 현미경이다. 4세대 가속기는 태양광보다 1억 배 밝은 빛을 내는 3세대 방사광 가속기보다 100억 배 이상 밝은 광원을 만들어 낸다. 살아 있는 물질의 분자구조 움직임을 나노초(10억분의 1)의 1000만 분의 1초인 펨토초(1000조분의 1초) 단위까지 분석한다. 상상 이상의 빠른 속도로 이뤄지는 광합성과 생명 화학반응을 보기 위해서는 이런 현미경이 필요하다.
또한 2020년 5월 8일에 우리나라의 두번째 4세대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를 충북 청주시 오창읍에 건설하기로 했다. 2022년 사업에 착수, 2028년 운영을 시작할 다목적 4세대 원형 방사광 가속기의 밝기는 태양빛의 1천억 배를 구현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방사광가속기의 활용
방사광가속기를 산업 분야에서 활용해 성과를 올린 사례는 적지 않다.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의 단백질 결합 구조를 밝혀내 치료 효능이 나타나는 과정을 규명했고, 눈에 보이지 않는 철강재의 결함을 파악하는 데도 기여했다. 삼성전자는 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해 광통신 반도체소자 불량률을 70%에서 10%로 개선했다.
단백질 구조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신약 개발에도 유용하다. 바이러스 단백질이 세포막을 뚫고 들어가는 모습도 포착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방사광가속기로 조류인플루엔자 치료제 타미플루를 개발했다. 반도체 산업의 벽이나 다름없었던 10㎚ 이하 반도체 공정 개발도 가능해진다.
4세대 선형 가속기는 펨토초(1000조분의 1초) 동안 일어나는 현상까지 살필 수 있다. 수소 원자 두 개와 산소 원자 하나가 물이 생성되는 찰나의 순간을 포착한다. 식물 잎에서 일어나는 광합성 과정을 확인해 식물을 모방한 태양전지를 개발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또한, 방사광가속기가 극자외선(EUV) 공정 반도체 연구개발, 차세대 디스플레이 소재 기초연구 등에 활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대만의 반도체 기업 TSMC는 연간 1000시간 이상 방사광가속기 빔라인을 이용하고 있다. 신종플루 치료제 타미플루도 미국 스탠퍼드대가 보유한 방사광가속기의 단백질 구조 분석을 통해 개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