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
그린란드는 캐나다 북쪽 대서양과 북극해 사이에 있는 면적 216만㎢의 크기인 세계 최대의 섬으로 덴마크 령이다. 미국 텍사스주의 세 배 크기다. 면적 80%가 얼음으로 덮여 있다. 인구는 5만5000여 명이고, 이 중 2만 명이 최대 도시이자 수도인 누크에 산다. 국내총생산(GDP)은 27억달러에 불과하다.
2019년 8월 중하순 중국과의 무역 분쟁, 이란 제재 등 미국이 풀어야 할 난제들이 많은 가운데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뜬금없이 그린란드 매입을 검토하겠다는 말을 흘려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린라드는 현재로선 덩치만 크고 경제력은 제로(0)에 가까운 얼음 섬일 뿐이다. 미래 가치는 다르다. 미국의 대표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는 “이 거대한 섬의 극히 일부만 제대로 탐사한 만큼 매장량의 가치를 아직 평가하기 이르다”며 “철, 우라늄, 알루미늄, 니켈, 텅스텐 등의 광물이 광대하게 매장돼 있다”고 했다.
지구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 그린란드가 그야말로 낙원이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얼음에 덮인 땅이 드러나면 광물, 가스 등의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다. 북극해 항로가 열려 정치·군사적으로 중요한 위치가 된다. 미군은 이미 그린란드 북서쪽 해안에 툴레 공군기지를 보유하고 있다.
매력적인 땅이지만 이를 구매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다. 역사적으로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미국은 이미 여러 차례 외국의 땅을 샀다. 1867년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720만달러에 사들였다.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1억2480만달러(약 1505억원) 수준이다. 1803년 토머스 제퍼슨 전 미국 대통령은 현재 13개 주에 걸쳐 있는 루이지애나 지역을 단돈 1500만달러에 프랑스로부터 매입했다. 현재 가치로 3억4000만달러(약 4000억원)에 불과하다. 덴마크가 매각 의사가 없다고 했음에도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대선에서 이기면 그린란드 매입을 더 강하게 밀어붙일 수도 있다고 본다.
적정 가격도 관심사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그린란드에 가격표를 붙이는 건 어렵지만 한번 추정해봤다”며 간단한 계산식을 선보였다. 하나는 비슷한 부동산인 알래스카와 비교하는 것이다. 그린란드는 알래스카 면적의 1.5배다. 기후와 인구밀도가 비슷하다. 석유 매장량이 풍부하다는 공통점도 있다. 알래스카 매입가를 현재 가치로 변환한 후 50%의 가격을 더하면 1억9500만달러(약 2300억원)다.
다른 하나는 그린란드를 기업이라고 여기고 주가수익비율(PER)에 대입하는 것이다. 그린란드 GDP에서 4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덴마크 정부의 보조금을 빼면 연 20억달러다. 여기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대 기업의 평균 PER(21.3배)을 곱하면 적정 가치는 426억달러(약 51조3800억원)로 나온다.
그러나 그린란드에 매장된 풍부한 지하자원, 지정학적 위치 등을 고려하면 그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이완 모건 런던대 미주연구소 연구원은 CNN에 “골프장을 사는 것과 달리 그린란드를 사려면 덴마크와 그린란드, 미국 등의 입법 과정에 고려할 사항이 많다”며 “매입가가 최대 수조(兆)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린란드는 아주 매력적인 매물임이 분명하다. 알래스카 매입을 주도한 윌리엄 슈어드 당시 미 국무장관은 이 거래로 미국 역사상 최고의 국무장관이 됐다. 제퍼슨 전 대통령이 프랑스와 거래한 덕분에 미국 영토는 두 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