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직매형 의류
[specialty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SPA]패션업체가 상품 기획부터 디자인, 생산, 유통,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일괄 처리하는 방식이다. 물류와 고객 정보를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여 적기·적재 생산을 지향하여 재고를 줄이고, 중간 유통과정을 생략함으로써 제품 공급 시간과 제품가격을 절감시키는 방식. 판매도 소규모 대리점에 맡기지 않고 대형매장을 통해 박리다매하는 형식을 따른다.
시장 상황에 맞춰 단 몇 주 만에 신상품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패스트패션(fast fashion)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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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SPA에 밀려 매출 곤두박질…패션산업 '허리'가 무너진다
패션업계에서 ‘한국형 제조·직매형의류(SPA)의 원조’로 불리는 토종기업 코데즈컴바인. 동대문 평화시장 상인 출신인 박상돈 회장이 2002년 설립한 이 회사는 스페인의 자라를 연상시키는 세련된 옷으로 이름을 날렸다. 2011년 전국 333개 매장에서 매출 2222억원을 올리며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해외 SPA와의 경쟁에서 밀려나고 박 회장과 전 부인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등 ‘내홍’까지 겪으면서 사세가 기울어졌다. 코데즈컴바인은 상표권과 속옷 사업부를 줄줄이 매각했지만 극심한 자금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031억원으로 3년 전에 비해 반 토막이 났고, 4년 연속 영업손실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려 주식거래가 정지됐다. 지난달 16일엔 납품대금을 받지 못한 한 협력사가 법원에 “코데즈컴바인을 파산시켜 달라”며 소송까지 냈다. 패션업계에서는 박 회장이 조만간 법정관리를 신청할 것이란 얘기가 돌고 있다. ◆중견 패션업체들 실적 부진 심화 해외 유명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승승장구하던 토종 패션업체들이 휘청이고 있다. 코데즈컴바인의 사례처럼 연매출 1000억~2000억원 규모의 중견기업이 특히 고전하고 있다. 한 의류업체 관계자는 “제일모직 LF(옛 LG패션) 코오롱 한섬 등 대기업 계열은 시장이 어려워도 그나마 버틸 여력은 된다”며 “중견 패션업체들은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야별 간판주자 업체조차 실적이 신통치 않다. 모피시장 1위 진도의 매출은 2013년 1525억원에서 지난해 1209억원으로 20.7% 급감했다. 이랜드그룹이 지난해 매각한 여성복업체 데코앤이(옛 데코네티션)도 1326억원에서 1071억원으로 19.2% 떨어졌다. 중국사업 비중이 60%를 넘어 ‘고성장주’로 분류되는 더베이직하우스도 국내 매출만 떼어내면 1669억원에서 1462억원으로 12.4% 감소했다. 교복시장 1위 에리트베이직과 속옷업체 남영비비안 BYC 좋은사람들도 일제히 매출이 3~7% 줄었다. 유아복업체 제로투세븐과 아가방컴퍼니는 적자 전환했다. 아가방컴퍼니는 작년 9월 중국 랑시그룹에 매각됐다. 제화업체 EFC(옛 에스콰이아)는 지난해 7월 법정관리를 신청해 조만간 패션그룹형지로 주인이 바뀐다. ◆SPA에 밀리는데…유통혁신은 부족 이들 업체가 고전하는 가장 큰 원인은 패션시장의 불황이다. 삼성패션연구소가 추산한 지난해 국내 패션시장 규모는 37조1904억원으로 여성복, 남성복, 캐주얼의 비중이 60%에 육박한다. 이들 ‘3대 핵심 상품군’은 유니클로 자라 H&M 등 해외 SPA의 공세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 때문에 매출 1조원대 대기업마저 힘을 못 쓰고 있다. LF 매출은 1조4164억원에서 1조3852억원으로 2.2%, 코오롱인더스트리 패션부문도 1조3147억원에서 1조2490억원으로 4.9% 줄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견 패션업체가 흔들리는 근본 원인으로 경영 혁신을 소홀히 한 것을 지적했다. 패션컨설팅업체 MPI의 최현호 대표는 “의류 유통방식이 백화점과 가두점 중심에서 복합쇼핑몰, 아울렛, 온라인, 모바일 등으로 급속히 바뀌고 있다”며 “유통 환경이 바뀌면 상품 기획과 마케팅 전략을 통째로 다시 짜야 하는데 단순히 디자인 바꾸고 가격만 낮추는 식으로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설립된 지 50~60년이 지난 중견업체 중 일부는 ‘창업회장의 원칙’이나 ‘기존 대리점주의 반발’ 등을 이유로 새로운 유통채널을 외면하고 기존 영업 방식을 고수해 왔다. 온라인 쇼핑이 PC를 거쳐 모바일로 넘어갔지만, 모바일 판매 전략을 연구하는 패션업체도 손에 꼽을 정도다. ◆“무리한 해외 진출, 독이 될 수도” 중견 패션업체들은 ‘패션 한류’에 맞춰 중국 진출에 속속 나서고 있지만 이 역시 낙관할 수 없다. 세계 패션 브랜드가 각축전을 벌이는 중국에서 성공 사례로 인정받는 곳은 이랜드 더베이직하우스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코데즈컴바인은 무리한 중국 진출이 오히려 ‘독’이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 백화점 바이어는 “2~3년 전 중국에 많은 돈을 쏟아부었지만 성과는 없었고 국내 백화점 매출만 30~40% 줄면서 위기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2015-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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