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용어사전

축농증

[Sinusitis]

사람의 얼굴에는 공기가 가득 차 있는 ‘동굴’과 같은 빈 공간이 있다. 코 주위의 ‘부비동’이다. 이마부터 코, 눈 주변까지 퍼져 있는 부비동은 외부 충격으로부터 뇌를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

축농증(부비동염)은 여기에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염증이 심해지면 고름이 생기고, 콧구멍을 통해 노랗고 끈적끈적한 콧물이 흘러내린다. 두통·안통까지 나타나면서 삶의 질을 확 떨어뜨린다. 특히 감기에 걸리기 쉬운 겨울철엔 급성 부비동염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노란 콧물에 두통·치통까지
부비동에선 하루에 300~600mL의 물처럼 맑고 투명한 분비물이 나온다. 코의 습기를 유지하고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감기나 알레르기 비염에 걸렸을 때도 맑은 콧물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다 부비동 등이 세균에 감염돼 염증이 발생하면 콧물이 노랗고 끈적끈적하게 변한다. 코를 풀었을 때 분비물에서 냄새가 나고 색깔이 노랗다면 부비동염일 가능성이 높다.

부비동염은 기간에 따라 급성·만성으로 나뉜다. 둘을 가르는 기준은 ‘3개월’이다. 급성 부비동염은 보통 4주 안에 치료되고, 길어도 3개월이면 증상이 사라진다. 3개월이 지났는데도 증상이 지속되면 만성 부비동염이다.

급성 부비동염은 보통 감기 합병증으로 나타난다. 코와 후두·인두 등 상기도에 바이러스가 침범하면서 점막에 염증이 생긴다. 이 염증이 통로를 따라 부비동까지 번지면 급성 부비동염에 걸리는 것이다. 염증으로 코점막이 붓고 입구가 막히면 세균이 자라기 쉬운 환경이 조성된다. 염증 때문에 이마, 눈, 뺨 등에 통증이 생기는 사례도 잦다. 심하면 치통까지 생긴다. 미열이 나거나 권태감을 호소하는 급성 부비동염 환자도 많다. 평소 기관지 천식을 앓고 있다면 이 같은 증상이 더 악화된다.

만성 부비동염은 급성이 제대로 치료되지 않거나 계속 재발하는 경우다. 누런 콧물, 코 막힘, 두통 등 주요 증상은 급성과 같지만, 만성이 되면 콧물이 코 뒤로 넘어가기도 한다. 심하면 후각 기능이 저하돼 냄새를 잘 맡지 못한다. 두통으로 인해 집중력도 떨어진다.
○코뼈 휘었으면 부비동염에 취약
부비동염을 일으키는 요인은 다양하다. 감기나 비염이 악화해서 축농증에 걸리는 게 대표적이다. 코감기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아 부비동염까지 염증이 번지는 경우다. 특히 겨울철엔 감기 환자가 증가하면서 급성 부비동염 환자도 덩달아 늘어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0년 1월 한 달간 발생한 급성 부비동염 환자는 약 60만 명이었다. 여름철에 24만~26만 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겨울철에 환자가 두 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콧속 뼈의 모양 때문에 부비동염이 발병하기도 한다. ‘비중격 만곡증’이 대표적이다. 비중격은 콧구멍을 둘로 나누는 벽이다. 이 벽이 심하게 휘어지면 양쪽 콧구멍의 면적이 달라진다. 이렇게 되면 한쪽 코가 지속적으로 막혀서 염증이 생기게 된다. 비중격이 심하게 휘거나 지나치게 두꺼워 코의 윗면에 있는 비밸브가 서로 달라붙는 경우도 있다. ‘비밸브 협착증’이다. 숨을 쉬기 어렵고 코가 자주 막히며, 부비동염으로 악화된다.


대기오염 물질이 만성 비부동염을 악화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신현우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팀에 따르면 경유차 엔진에서 나오는 디젤연소분진은 콧속 상피세포의 호흡기 보호 기능을 떨어뜨린다. 신 교수는 “상피세포의 기능이 약화되면 대기오염 물질에 직접적인 손상을 입을 뿐 아니라 호흡기로 들어오는 미생물과 바이러스에도 취약해진다”고 말했다.

○방치하면 수면 장애·인지기능 저하
부비동염은 그 자체로도 삶의 질을 떨어뜨리지만, 다른 합병증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다. 염증이 부비동을 넘어 주변으로 퍼질 수 있어서다. 염증이 눈쪽으로 번지면 눈꺼풀이 붉어지고 붓기도 한다. 안와(머리뼈 안에 안구가 들어가는 공간)에 고름이 생기는 ‘안와 농양’으로 악화하거나, 심하면 실명에 이를 수도 있다. 만약 염증이 머리뼈 속으로 퍼지면 뇌막염 또는 뇌농양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최근엔 부비동염이 심해지면 인지기능을 떨어뜨린다는 연구도 나왔다. 미국 워싱턴대 의대 교수팀이 성인 1206명을 대상으로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을 통해 대뇌 혈류와 신경 활동을 분석한 결과, 중증 부비동염을 앓고 있는 사람은 주의력 유지·문제 해결을 주관하는 전두·두정엽 신경의 연결망이 줄어들었다. 부비동염이 심할수록 신경의 손상 정도가 컸다. 연구를 주도한 아리아 자파리 박사는 “만성 부비동염 환자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주의력 저하, 집중 곤란, 수면장애는 뇌 부위 신경망 상호 작용의 미묘한 변화와 연관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시로 콧속 세척하면 예방 효과
부비동염 증상이 의심된다면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을 수 있다. 먼저 비강 검사를 통해 코 안쪽과 부비동을 관찰해 염증과 농이 있는지 확인한다. 이때 코 내시경을 활용하면 콧속의 구조를 더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다.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컴퓨터단층촬영(CT) 및 MRI를 찍는 경우도 있다. MRI 촬영을 통해 곰팡이, 종양 등 상태를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

부비동염 판정을 받았다면 우선 항생제 치료를 시도할 수 있다. 급성 부비동염은 대부분 항생제 복용만으로도 증상이 완화된다. 노랗던 콧물이 맑은 색으로 바뀌고, 양도 줄어든다. 코 막힘이 심하다면 비점막수축제를 보조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코 안과 부비동을 연결해주는 작은 구멍인 ‘자연공’ 혈관을 수축시켜 코 막힘 증상을 완화해준다. 일반의약품이기 때문에 의사 처방전 없이도 약국에서 살 수 있다. 단 나흘 이상 사용하면 내성이 생긴다. 생리식염수로 코 안쪽을 세척하는 것도 분비물을 제거하는 데 효과가 있다. 수시로 식염수 세척을 하면 부비동이 청결하게 유지돼 부비동염을 예방할 수 있다.


약이 잘 듣지 않거나 부비동염이 만성적으로 재발하면 수술을 고려해볼 수 있다. 과거에는 입 안을 절개해야 했지만, 최근에는 내시경 수술이 발달하면서 절개 없이도 수술할 수 있게 됐다. 코 안으로 내시경을 집어넣어 좁아진 부비동 입구를 넓히고 염증을 긁어내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부비동에 공기가 잘 통하게 되면서 부어 있던 점막도 가라앉게 된다. 점막 내 염증이 심하다면 점막 자체를 제거할 수도 있다. 수술 후에는 점막이 부어 있고 끈적거리는 분비물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수시로 생리식염수로 세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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