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 로봇
[soft robot]특수 실리콘, 플라스틱, 고무 등 말랑말랑한 소재로 제작해 유연성과 신축성을 더한 로봇. 사람과 부딪혀도 해를 입히지 않고 바닷속과 거친 지형에서도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어 의료, 탐사, 제조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소프트로봇은 좁게는 금속성을 띤 로봇의 외형을 말랑말랑한 물성의 소재로 대체하는 것부터 넓게는 인간과 로봇의 공존을 준비하는 영역이다.
소프트로봇 연구는 미국에서 처음 시작됐다. 전문가들은 2007년 미 국방부 고등계획국(DARPA)의 ‘켐봇(Chem-bot)’ 연구 과제를 시초로 꼽는다. 장애물을 뛰어넘고 적진에 은밀히 숨어드는 등 군사적 목적으로 개발됐다. 최근엔 산업과 일상으로 기술이 확산되고 있다. 박용래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공장 자동화 로봇과 달리 소프트로봇은 아직 누구도 선점하지 못한 시장”이라며 “머지않은 미래엔 퍼스널 로봇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3대 소프트로봇 연구소를 이끄는 로널드 피어링 UC버클리 명예교수, 마이클 톨리 UC샌디에이고 교수, 엘리엇 호크스 UC샌타바버라 교수는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패러다임 전환기가 도래했을 때 이를 대비한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 간 격차는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소프트로봇의 대표적인 예는 호크스 교수가 이끄는 호크스랩에서 탄생한 `덩굴로봇'이다. 그는 덩굴로봇을 덩굴이 벽을 타고 자라는 모습을 본떴다”며 “틈에 끼거나 장애물을 만나도 끝부분이 스스로 확장해 길이를 넓혀가는 소프트로봇”이라고 설명했다. “로봇 머리에 장착된 카메라가 경로를 인식해 길을 찾아 뻗어가는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금속이 아니라 유연한 특수실리콘으로 제작돼 벽이 파손되거나 전선이 끊어질 위험도 없다.
글로벌 항공기 제조사 보잉은 비행기 내벽의 케이블을 연결하는 작업에 ‘덩굴 로봇’을 투입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로봇이 수많은 케이블을 좁은 비행기 벽 속에 설치하는 것이다. 비행기 제작 과정 가운데 자동화가 가장 어려운 ‘난코스’다. 끊어지기 쉬운 케이블을 다뤄야 하는 데다 얇은 선들을 적정 위치에 세밀히 배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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