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털린의 역설
[Easterlin paradox]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어 기본 욕구가 충족되면 소득이 증가해도 행복은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다는 이론이다. 미국 경제사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이 1974년 주장한 개념이다. 그는 1946년부터 빈곤국과 부유한 국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국가 등 30개 국가의 행복도를 연구했는데,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행복도와 소득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현상을 발견했다. 그는 당시 논문을 통해 비누아투, 방글라데시와 같은 가난한 국가에서 오히려 국민의 행복지수가 높게 나타나고, 미국이나 프랑스 같은 선진국에서는 오히려 행복지수가 낮다는 연구 결과를 주장의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2008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베시 스티븐슨 교수팀은 이스털린의 설문보다 더 광범위한 실증조사를 통해 이스털린의 주장이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스티븐슨은 “132개국을 대상으로 지난 50년간 자료를 분석한 결과 부유한 나라의 국민이 가난한 나라의 국민보다 더 행복하고,국가가 부유해질수록 국민의 행복수준은 높아졌다"고 말했다. ‘돈이 있어야 행복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사실을 확인해준 셈이다. 물론 국민 개개인을 보면 돈보다 명예나 다른 곳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국가 차원에서 보면 국민소득이 늘어날수록 복지 수준과 행복감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다수의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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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미국경제학회] "이스털린의 역설은 틀리지 않았다"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어 기본 욕구가 충족되면 소득이 증가해도 행복은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다.’ 1974년 발표된 ‘이스털린의 역설’이다. 이 학설의 주인공인 리처드 이스털린 서던캘리포니아대(USC) 경제학과 교수(사진)가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3일(현지시간) 89세의 노구를 이끌고 미국경제학회(AEA) 발표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이스털린 교수는 “최근 수년간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이스털린의 역설’이 자신의 경험적 연구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위대한 탈출’의 저자이자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앵거스 디턴 프린스턴대 교수를 비롯해 상당수 경제학자가 ‘이스털린의 역설’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스털린 교수는 그러나 이날 미국 종합사회조사(GSS)와 세계가치서베이(WVS) 자료 등을 토대로 재검증한 결과 “나의 학설은 유효한 것으로 재입증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1946년부터 2014년까지 약 70년간 개인소득이 3배로 늘었지만 행복은 정체되거나 심지어 낮아졌다고 주장했다. WVS가 세계 43개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 역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스털린의 역설’이 틀렸다고 비판하는 연구는 연구기간이 짧아 경기의 확장과 수축이 이뤄지는 경기순환주기 전체를 조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지금까지 평균소득이 빠르게 늘었지만 행복지수의 장기추세선은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이스털린 교수는 그러나 “내 주장이 행복에서 소득의 중요성을 간과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샌프란시스코=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2016-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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