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용어사전

중진국 함정

[middle income trap]

개발도상국이 경제발전 초기에는 순조롭게 성장하다 중진국 수준에 와서는 어느 순간에 성장이 장기간 정체하는 현상을 뜻한다. 세계은행이 2006년 `아시아경제발전보고서'에서 처음 제기했다.

1인당 소득으로 선진국·중진국·후진국으로 분류할 때 중진국은 4000~1만 달러 범위대에 속한 국가들을 통칭한다.
'중진국 함정'이 나타나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무엇보다 짧은 기간 안에 성장 단계를 일정 수준 끌어올리는 이른바 압축 성장(reduce growth)을 주도하는 경제 관료들의 사고가 경직적으로 바뀐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경제 운영 체계도 소득이 일정 수준 도달할 때 임금 상승 등 ‘고(高)비용·저(低)효율 구조로 바뀔 때 시장경제 도입 등을 소홀히 한 것도 원인이다. 역사적으로 '중진국 함정'에 빠져 경제발전 단계가 다시 후퇴한 국가는 의외로 많았다.

1960~1970년대 이후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등 중남미 국가들은 전형적인 '중진국 함정'에 빠져'종속이론'이 탄생한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했다. 옛 소련은 1인당 소득이 1만2000달러에 도달했을 때 성장이 정점에 이르렀다.
2차대전이후 100여개 개발도상국 중 중진국 함정에 빠지지 않은 나라는 산유국과 도시국가를 제외하면 한국 일본 대만 세 곳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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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불붙은 중국 '중진국의 함정' 논쟁

    최근 중국 경제학계에서 ‘중진국의 함정(middle income trap)’ 논쟁이 치열하다. 작년부터 경제성장률이 급속하게 둔화되자 중국도 과거 대다수 개발도상국처럼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지 못하고 주저앉을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5~10년이 중국이 중진국의 함정을 뛰어넘을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본다. “중진국 함정 빠질 확률 50% 이상” 중국은 2003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000달러를 넘어서 중진국이 됐다. 세계은행이 2006년 제기한 중진국의 함정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 내에서도 크게 주목받았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으로 경제가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자 중진국의 함정 논쟁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최근 다시 논쟁에 불을 지핀 것은 러우지웨이 중국 재정부 장관이다. 그가 지난 4월 초 한 포럼에서 “향후 5~10년 이내에 중국이 중진국의 함정에 빠질 확률은 50% 이상”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자 주요 언론과 경제학자들이 가세해 논쟁을 펼치고 있다. 해외 언론 및 경제학자들은 중국이 중진국의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본다. 보통 개발도상국이 중진국의 함정에 빠질 때는 △제조업 경쟁력 상실 △수출 증가세 큰 폭 둔화 △국가 재정수입 감소 △외환보유액 감소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등의 징후를 보인다. 최근 중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수출 증가율은 3월부터 전년 동월 대비 감소세로 돌아섰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대에 머물렀다. 정용녠 싱가포르국립대 동아시아연구소장은 “확률적으로 볼 때 중국은 중진국의 함정을 뛰어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어데어 터너 전 영국 금융감독청장은 최근 프로젝트신디케이트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과거 일본과 한국의 1인당 GDP가 현재의 중국과 비슷한 수준일 때와 비교하면 중국은 전체 경제에서 부동산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다는 게 결정적인 약점”이라며 “부동산 부문을 대체할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민간경제연구소 콘퍼런스보드는 최근 연구 보고서에서 “중국 총요소생산성이 2007년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 중국 경제가 중진국의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강력하게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中 경제학계 “중국은 다르다” 중국 공산당은 2012년 열린 제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에서 “2020년까지 중국의 1인당 GDP를 2010년의 두 배 수준(9675달러)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중국 경제가 2020년까지 연평균 7% 전후로 성장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중국은 1인당 GDP가 1만달러 수준까지 높아져 세계은행이 기준으로 제시한 고소득 국가(1인당 GDP 1만2000달러)의 문턱에 도달할 수 있다. 중국 내 경제학자들은 이 같은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을 지낸 리다오쿠이 칭화대 세계경제연구센터 소장은 “돌발 사태만 없으면 중국은 중진국의 함정을 뛰어넘어 2021년 고소득 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은행 부총재를 지낸 린이푸 베이징대 교수도 중진국의 함정을 뛰어넘은 국가는 △개방경제로의 혁신과 산업 구조조정을 적극 추진했고 △높은 저축률과 투자율을 유지했으며 △효율성 높은 정부가 경제발전 과정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을 들어 중국 역시 중진국의 함정을 뛰어넘을 충분한 조건과 능력을 갖췄다고 진단했다. 중국 내 경제학자들은 중국의 도시화율이 낮다는 점을 근거로 향후 7% 전후의 경제성장세를 유지하는 것이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도시화의 진전이 경제성장에 필요한 투자 수요를 창출할 것이라고 예상하기 때문이다. 제일재경일보는 그러나 “중국 경제의 미래를 낙관하는 경제학자들도 중국이 중진국의 함정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경제구조개혁 가속화, 고령화에 대한 적절한 대응,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과잉부채 문제 해결 등이 필수적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고 전했다. ■ 중진국의 함정 middle income trap. 세계은행이 2006년 ‘아시아경제발전보고서’에서 처음 제기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000~1만2000달러인 중소득 국가의 경우 급속한 경제성장률 둔화로 고소득 국가로의 도약에 실패하기 쉽다는 뜻이다. 2차대전 이후 100여개 개발도상국 중 중진국의 함정에 빠지지 않은 나라는 산유국과 도시국가를 제외하면 한국 일본 대만 세 곳뿐이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

    2015-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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