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융염원자로
[molten salt reactor, MSR]고온의 용융염(molten salt) 속에 핵연료 물질인 토륨, 불화우라늄, 지르코늄, 리튬 등을 녹여, 연료와 냉각재를 하나로 통합한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다. 1954년 미국 오크리지국립연구소가 개념을 처음 제시했으며, 1960년대 말 실증로(MSRE)를 통해 운전 경험을 축적한 바 있다.
MSR은 고온·저압에서 작동하고, 냉각재가 자연 순환하는 구조여서 구조가 단순하고 효율이 높다. 특히 사고 발생 시 연료가 자동으로 고체화되는 특성을 갖고 있어, 이론상 중대사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온 열원을 활용해 수소 생산 등 비전력 산업용 활용도 가능한 기술이다.
삼성중공업은 2025년 9월, 한국원자력연구원과 공동으로 개발한 MSR 추진 LNG운반선(17만 4,000㎥급) 설계에 대해 세계 최초로 **기본승인(AiP)**을 획득했다. 해당 설계는 열출력 100메가와트급 MSR 단일 모듈을 동력원으로 삼아, 선박 수명인 20년 이상 연료 교체 없이 운항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인증은 미국선급(ABS)과 라이베리아 기국으로부터 받았으며, 상업용 선박에 MSR을 추진기관으로 적용한 첫 승인 사례로 평가된다.
국제적으로는 빌 게이츠가 창업에 참여한 테라파워(TerraPower), 중국의 TMSR-LF1, 러시아의 KLT-40s 쇄빙선, 일본 및 덴마크 해운업계 등이 MSR의 상용화를 시도 중이다. 국내에서는 삼성중공업 외에도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등이 정부 지원 과제를 바탕으로 해양용 원자로 개발에 나서고 있다.
민간 상선에 4세대 원자로를 실질적으로 적용한 전례는 아직 없지만, 이번 삼성중공업의 기본승인 획득은 국제 해운·조선 시장의 탈탄소화를 앞당길 수 있는 이정표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