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용어사전

근감소증

[sarcopenia]

근육을 구성하는 근 섬유수가 줄어드는 증상. 근감소증은 노화에 따라 근육량이 줄어들고 근육 기능이 저하되는 질환이다. 1초에 1m도 채 못 갈 정도로 걸음 속도가 느려지고, 앉았다 일어날 때 유독 힘들어하는 게 근감소증 증상이다. 근감소증에 걸리면 낙상사고 시 골절·뇌출혈로 이어질 수 있다.

사람의 몸은 600여 개의 근육으로 이뤄져 있다. 몸무게의 절반은 근육이 차지할 정도다. 노화가 진행되면 이 근육을 구성하는 근섬유 수가 줄어든다. 30대부터 몸속 근육량이 줄어들기 시작해 70대가 되면 원래의 절반 수준까지 쪼그라든다. 이 같은 ‘근감소증’은 그동안 자연스러운 노화의 한 과정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각국에서 근감소증을 공식적인 질병으로 등록하는 추세다. 미국은 2016년 근감소증에 질병코드(M63.84)를 부여했고, 일본도 2018년 근감소증을 질병 목록에 추가했다. 한국 역시 올해 표준질병사인분류(KCD) 8차 개정안에 근감소증을 포함했다. 흔히 말하는 ‘근 손실’이 악화되면 질병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근감소증은 ‘사코페니아(sarcopenia)’로도 불린다. 그리스어로 ‘사코(sarco)’는 ‘근육’을, ‘페니아(penia)’는 ‘부족, 감소’를 뜻한다. 말 그대로 팔, 다리를 구성하는 근육량과 근력이 정상보다 떨어지는 질병이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근육이 줄어들 때 발생하기도 하지만, 영양 불균형 등으로 인해 젊은 나이에도 나타날 수 있다.

근육이 부족하면 자주 넘어지게 되고 골절 위험이 커진다. 특히 골다공증으로 뼈가 이미 약해져 있는 상태의 노인은 충격이 더 심해질 수 있다. 하체 근육량이 감소하면 낙상 위험도 커진다. 근육은 ‘에너지 저장소’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인체의 에너지원인 포도당이 글리코겐으로 합성되면 근육에 저장된다. 근육이 줄어들면 에너지 비축 능력이 떨어져 쉽게 피로해지고 어지러움을 느낄 수 있다. 기초대사량이 감소해 살이 쉽게 찌기도 한다. 당뇨 환자가 근감소증에 걸리면 혈당의 변동 폭이 커지고 혈당 조절이 어려워진다. 기도와 식도 역시 근육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근감소증이 진행되면 소화나 호흡에도 지장이 간다.

근감소증은 남성 노인에게 특히 위험하다. 이은주·장일영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연구팀이 2014년 10월부터 약 3년간 강원 평창군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노인 1343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 근감소증이 있는 남성 노인은 사망 또는 요양병원에 입원한 비율이 정상 노인보다 5.2배 높았다. 여성 노인의 경우 근감소증 환자의 사망 및 입원율이 2.2배 더 높았다.

근감소증과 중증 발기부전 간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장 교수는 “근감소증이 없는 65세 이상 남성 노인 가운데 중증 발기부전 비중은 43%였지만, 근감소증 환자는 이 비율이 73%였다”고 설명했다.
악력·걸음 속도 떨어지면 근감소증 의심

근감소증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만성 염증, 호르몬 불균형, 영양 결핍 등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근육의 움직임이 떨어지면서 근육이 쇠퇴하는 것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근육량이 한 번 감소하면 기초대사량, 활동량이 함께 줄어들면서 감소 속도가 더욱 빨라진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세포 막의 유동성이 줄어들면서 단백질 합성을 관장하는 소포체(세포 내 물질의 이동 통로)에 스트레스를 줘 근육량과 근력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근감소증에 대한 명확한 진단 기준은 아직 없다. 질병으로 분류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육의 양과 기능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근감소증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먼저 근육의 양은 에너지 방사선 흡수 계측법(DEXA)을 통해 측정할 수 있다. 양팔과 양다리의 근육량을 합해서 키의 제곱으로 나눈다. 65세 이상 남자의 경우 이 값이 7㎏/㎡ 미만이면 근육량이 정상 기준보다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여자는 5.4㎏/㎡가 기준점이다.

악력, 보행 속도 등을 통해 근육의 기능 상태를 알아볼 수도 있다. 특히 악력은 전신 근력을 가늠하는 지표다. 빠르고 간편하게 근육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남자는 악력이 26㎏, 여자는 18㎏ 미만이면 근감소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보통 걸음 속도가 1초에 0.8m가 채 되지 않을 정도로 느린 것도 근감소증 증상일 수 있다.

양손의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종아리 중 가장 굵은 부위를 감싸도록 했을 때 종아리 두께가 동그라미보다 얇다면 근감소증일 가능성이 높다. 근감소증 환자의 82%는 종아리 둘레가 32㎝ 미만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로 온몸의 근육량은 종아리 둘레와 비례한다.

“단백질 섭취만큼이나 흡수도 중요”
근감소증은 아직 특별한 치료제가 없다. 그만큼 예방과 관리가 중요하다. 특히 근육량을 유지하려면 식습관을 반드시 관리해야 한다. 근감소가 시작되는 30대부터 매일매일 단백질을 꾸준히 섭취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단백질은 근육과 뼈를 구성하고 혈액 순환, 면역력 향상 등 거의 모든 생명현상에 영향을 미친다. 단백질이 부족한 상태에서 운동만 하면 오히려 근육량이 더 빠질 수 있다. 하루 섭취량은 몸무게 1㎏당 1~1.2g 정도가 적절하다. 몸무게가 60㎏이라면 하루 60g의 단백질을 먹어야 한다.


특히 근육 생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필수 아미노산인 류신이 풍부한 음식이 좋다. 검정콩, 대두 등에 많다. 필수 아미노산은 체내에서 합성되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먹어서 보충해야 한다. 식품에 필수 아미노산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를 나타내는 ‘아미노산 스코어’를 참고하는 것도 좋다. 아미노산 스코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정한 단백질 영양 평가 방법이다. 보통 스코어가 100점 이상이면 높은 품질의 단백질로 판단한다.

단백질은 섭취만큼이나 소화도 중요하다. 단백질 분해와 흡수를 돕는 것은 위산과 펩신이다. 침과 만나면 바로 분해되는 탄수화물과 달리 단백질은 위장에서 위산과 펩신이 만났을 때 소화가 시작된다. 나이가 들수록 몸에서 분비되는 위산 및 펩신의 양이 줄어든다. 60대가 되면 위산과 펩신의 분비량이 20대의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 매일유업의 근감소증 전문 연구소인 매일사코페니아연구소의 박석준 연구소장은 “단백질을 양껏 섭취하는 것에만 집중하지 말고, 조금이라도 소화가 잘되는 저분자 가수분해 단백질을 먹는 것이 좋다”며 “단백질을 잘게 쪼갠 저분자 가수분해 단백질을 섭취해 소화 및 흡수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가벼운 운동을 병행하는 것도 좋다. 걷기 등 유산소 운동뿐 아니라 팔굽혀펴기, 스쿼트 등 근력 운동으로 근육을 지켜야 한다. 특히 하체 운동이 중요하다. 하체는 인체에서 근육이 가장 많은 부위이기 때문이다. 박 연구소장은 “걷기 운동만 하는 어르신이 많은데 이는 근감소증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근력 운동을 병행해 유연성과 코어 근육 힘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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