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수이론
[theory of multiplier]재정지출이 몇 배나 큰 소득의 증가로 이어지는 것을 승수효과라고 부른다. 케인스는 불황에 허덕이는 경제를 마른 펌프에 비유하고 정부의 재정지출을 쏟아부어 펌프에서 물이 다시 솟아 나오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펌프에 부어 넣은 한 바가지의 물이 몇 지게의 물로 늘어날 수 있듯 재정지출도 몇 배나 되는 소득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부가 지출을 1백억원 증가시켰다고 하자. 이것은 정부가 민간부문의 생산업자로부터 1백억원어치의 재화나 서비스를 추가로 구입하게 됨을 의미한다. 따라서 생산업자의 판매수입이 그만큼 늘어날 것인데, 이것은 결국 임금, 이자, 임차료, 이윤 등으로 지급될 것이므로 국민들의 소득이 더 커지게 되면 이에 따라 그들의 소비지출도 늘어난다.
국민들이 자신의 소득 중에서 80%를 소비하는 성향을 갖고 있다고 가정하기로 하자. 그렇다면 이 1백억원의 소득증가분 중 80억원이 추가적인 소비로 지출될 것이다. 이 추가적인 소비지출로 말미암아 생산업자의 수입이 그만큼 늘어나고, 결국 국민들의 소득이 다시 80억원만큼 증가하게 된다. 80억원의 소득증가는 다시 64억원의 소비증가로 이어지고, 이에 따라 소득이 바로 이 크기로 증가한다. 이처럼 소득의 증가가 소비의 증가를 불러오고, 이 소비의 증가가 다시 소득의 증가로 이어지는 과정은 끝없이 계속될 수 있다. 소득의 증가폭이 점차 작아져 결국 더 이상의 소득증가가 일어나지 않을 때까지 발생한 소득의 총합은 얼마가 될 것인가. 도출과정이 약간 번잡하여 생략하고 답만 말해 보면 궁극적으로 소득은 5백억원만큼 증가하게 된다.
애초에 정부지출이 1백억원 증가한 것이 결국에는 5백억원의 소득증가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이 다섯 배란 숫자를 승수(multiplier)라고 하는데, 정부지출이 창출하는 소득증가의 배율을 의미한다. 불황의 늪에 빠져 있는 경제에서는사람들이 소비를 늘리고 기업이 투자를 늘려야 회복이 가능하지만 미래의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아무도 그렇게 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때 정부가 지출을 증가시킴으로써 일의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 케인스의 주장이다. 그는 이 일을 수행하기 위해서 정부가 재정적자까지도 감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그전까지만 해도 재정적자는 방만한 정부운용의 상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