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통화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동전이나 지폐와는 달리 디지털 신호로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화폐. "가상화폐"라고도 한다.
2009년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가명의 프로그래머가 소개한 `비트코인`이 최초의 디지털 통화이다.
디지털통화는 전자결제 시스템이므로 지갑에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 환전도 필요 없다. 또한 송금시 수수료가 적다. 이런 장점 덕분에 디지털 통화는 대안적인 화폐 질서로 주목받기도 했다.
디지털 통화는 ‘원’ ‘달러’ 등 법으로 정해진 현금의 계산 단위와 별도로 움직인다. 예컨대 디지털 통화의 90%(시가총액 기준)를 차지하는 비트코인은 ‘BTC’라는 단위로 거래된다.
2013년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면서 투자 수단으로도 각광받았다. 국내 관심이 높아지자 당시 한국은행도 비트코인 연구에 착수했다.
◆‘블록체인’에 주목하는 한국은행
결론은 부정적이었다. 당시 한국은행 보고서는 “비트코인이 가까운 미래에 기존 통화를 대체할 지급 결제수단이 되긴 어렵다”며 급격한 가격 변동, 보안 문제 등을 지적했다. 실제로 비트코인 가격은 투자 과열 속에 한때 급락하기도 했다.
논란 속에서도 전 세계 디지털 통화는 2016년 11월 현재 700여개로 급증했다. 리플, 이더리움 등 디지털 통화 방식으로 송금이나 계약 처리를 하는 비즈니스도 생겨났다. 한국은행은 2016년초 지급결제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을 통해 결제 기술의 안전성이 확인된 만큼 이를 기존 금융서비스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고 재조명했다.
금융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비트코인의 ‘블록체인’ 기술이다. 비트코인으로 거래하면 각 당사자들의 전자 장부에 거래 기록이 남는다. 다음 거래 때마다 여기에 다른 기록들이 끝없이 추가된다. 장부가 참가자마다 분산돼 있다 보니 보안성이 뛰어나고 관리비용도 적다는 평가다.
핀테크(금융+기술) 열풍 속에 KB금융지주는 지난해 비트코인 거래 업체인 코인플러그에 투자했고, NH농협은행은 코빗과 손잡았다. 정부는 은행을 거치지 않고 해외에 송금할 수 있게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블록체인을 통한 송금 등이 벌써 유망 서비스로 떠올랐다.
◆현금 없는 사회 앞당길까
전자결제는 중앙은행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선진국에서는 편리한 전자결제가 현금거래를 대체하고 있다. 한국은행 또한 동전 제조비용 등이 문제 되자 ‘동전 없는 사회’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다.
디지털 통화가 현금을 아예 대체하긴 여전히 어려울 것이란 게 한국은행의 진단이다. 2015년 비트코인의 하루 평균 거래 건수는 12만5000건으로, 국내 하루 평균 신용·체크카드 승인 건수 3700만건에 못 미친다. 디지털 통화가 익명성을 기반으로 범죄와 지하경제에 악용된다는 지적도 많다. 통화당국으로선 새로운 화폐질서를 어떻게 끌어안을 것인가가 미래의 고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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