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용어사전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

[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RCEP]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 10개국과한국,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까지 총 15개국이 가입한 세계최대규모의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이다.

RCEP 가입국의 무역 규모는 약 5조6000억달러(약 6621조원)로 세계 무역의 31.9%에 달하고 인구는 22억7000만 명으로 전 세계 인구의 29.7%를 차지한다. 작년 기준 한국과 RCEP 국가 사이의 교역 규모는 4840억 달러로 한국 무역의 49.4%를 차지했다.

한국은 15개 RCEP 서명국 가운데 일본을 제외한 14개 국가와 이미 양자간 FTA를 체결했다. 하지만 이번 RCEP 가입은 단순히 일본과의 FTA 체결 효과를 넘어 아시아권 국가들과 통일된 무역규범을 확립함으로써 국내 기업에 보다 자유로운 무역 기회를 제공했다는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다만 일본 등 10개국은 2022년 1월부터 RCEP이 발효되는데 한국은 국내 비준 절차가 상대적으로 늦어 2월부터 발효된다.

RCEP 발효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CPTPP 가입 절차는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CPTPP는 원칙적으로 농업을 포함한 모든 무역 상품에 관세를 100% 철폐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농민의 반발이 크다. 2022년 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CPTPP 가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관가 안팎에서 나오는 이유다. 정부 관계자는 "CPTPP 가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국익이 훨씬 크기에 이해관계 조정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2011년 아세안이 제안했으나 중국이 미국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힘을 보태면서 중국 주도의 협정으로 부각됐다. 2015년까지 최종 타결을 목표로 2013년 본격협상이 시작됐지만 주요 국가들이 TPP로 기울면서 추진 동력을 상실해 일정이 늦추어졌다.하지만 2017년 1월 2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TPP 탈퇴를 선언하고 2018년 들어 미국발 통상전쟁이 격화하면서 중국과 일본은 지역공동체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다.

2018년 11월 RCEP 참가 16개국이 싱가포르에서 각료회의를 열었지만 인도가 선진국들과는 다른 대우를 받아야 한다며 중국산 공산품과 농산품에 대한 관세 폐지에 난색을 표하면서 타결에 이르지 못했다.

2019년에도 이 협정에 참여를 보류한 인도는 주요 이슈와 관련해 참여국들과 공동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추후 입장을 결정하기로 했다.
2020년 11월 15일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아세안 10개국, 중국, 일본, 뉴질랜드, 호주 등 15개 협정 참가국 정상들은 이날 화상으로 열린 RCEP 정상회의 및 협정문 서명식에 참석했다.

RCEP은 아세안 10개국 회원국 가운데 최소 6개국 이상의 서명국과 아세안에 속하지 않은 3개국 이상의 서명국이 비준서를 아세안 사무국장에게 기탁한 뒤 60일이 지나면 효력이 발휘된다.

2021년 11월 2일 호주와 뉴질랜드가 지난 2일 아세안(ASEAN) 사무국장에게 비준서를 기탁함으로써 RCEP 발효에 필요한 최소 기탁국 수준, 10개국이 달성됨으로써 2022년 1월 발효가 공시화 됐다.

對日 시장 개방 따른 영향은
이번 RCEP 타결 이후 한국 산업계가 가장 관심을 두는 부분은 일본과의 시장 개방 확대로 인한 파급 효과다. 소재와 부품 등 중간재 전반에서 일본 산업이 갖는 비교우위가 높아 관련 한국 기업이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2020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소재·부품·장비산업의 경쟁력 강화 대책이 어려움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당초 공산품을 기준으로 일본이 한국에 수출하는 품목의 19%만 적용받았던 관세 면제 혜택은 92%까지 확대된다. 완성차와 기계류는 제외됐지만 자동차 및 전자 관련 부품과 소재는 대부분 포함됐다. 에어백과 차량 내 전자장비 등 일본 기업이 높은 경쟁력을 갖춘 분야부터 국내 시장을 잠식해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협정 참여국들과의 협의에 따라 일본과의 협상 결과도 자세히 공개하지 않고 있어 아직 구체적인 피해 정도를 가늠하기 힘들다. 정부는 다만 “각종 보호장치를 마련한 만큼 국내 업체 피해는 최소화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소재·부품·장비 관련 핵심 품목은 10~15년의 기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관세를 철폐하기로 하는 등 국내 산업 보호장치를 마련했다”며 “일본이 한국보다 2%포인트 많은 94%의 공산품 품목에서 관세를 없애기로 하는 등 얻어낸 것이 더 많다”고 말했다. RCEP 체결로 중국과도 최초의 FTA 관계를 맺게 되는 일본이 한국 관련 협상에는 상대적으로 느슨하게 대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산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에 의존하고 있는 소재·부품의 상당수는 한국 기업이 수십 년간 노력했지만 일본의 벽을 넘지 못한 것”이라며 “10년 이상의 유예기간이 있더라도 관련 제품의 일본 의존도가 어떤 식으로든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세안 시장 추가 개방은 이득
아세안에서는 한국 기업이 더 많은 기회를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품목을 기준으로 나라에 따라 79.1~89.4% 수준이던 아세안 국가의 관세 철폐 수준이 91.9~94.5%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철강과 섬유, 자동차 부품 등에서 수출 증대가 기대된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의료·위생용품도 이번에 관세 철폐 대상에 포함됐다. 구체적으로 인도네시아에 합성수지를 수출할 때는 5~10%, 필리핀에 화물자동차를 수출하면 1~30%, 태국에 의료용품을 판매하면 10%의 관세를 물었지만 RCEP 발효와 함께 사라진다. 한국의 지난해 대(對)아세안 수출은 951억달러(약 105조8900억원)로 전체 수출의 17.5%를 차지했다.

농수산물은 기존 FTA 개방 범위 이상의 변화가 거의 없어 국내 종사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 정부 측 설명이다. 쌀 마늘 양파 등 농산물과 새우 오징어 방어 등 수산물은 협상 범위에서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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