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획이론
[capture theory]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일하는 규제기관이 피규제기관에 의해 포획당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것으로 1982년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지 스티글러(George Stigler·1911~1991)가 제시한 이론이다. 정부의 규제를 분석대상으로 하는 규제경제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스티글러는 1960년대 초부터 규제정책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였고, 1971년 <경제 규제의 이론> (The theory of economic regulation)이란 논문을 발표하며 ‘포획 이론’을 제시했다.
포획이론에서 포획을 당하는 주체는 규제자이고, 포획을 하는 주체는 피규제자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규제권한을 가지고 있는 규제자가 피규제자를 포획하는 것이 이치에 맞지만 그 반대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정부의 각종 규제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지며, 규제권한을 부여받은 규제기관이 규제업무를 수행한다. 그런데 규제기관은 피규제자가 없으면 조직과 인력이 유지될 수 없다. 그리고 피규제자는 일반 개인이 아니라 기업이나 특정 이익집단인 경우가 많다.
피규제기관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규제기관에 로비를 할 수밖에 없고, 규제기관은 피규제자를 보호하고 그들과 협력하는 곳으로 바뀌게 된다. 이로 인해 일반 개인의 이익은 결국 무시되고 만다. 즉 규제정책은 실제로는 공공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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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益을 위해 규제가 필요하다고? 아직도 속고 있군요
오늘부터 매주 토요일자에 기획시리즈 ‘공공선택학 시각으로 본 정치와 사회’를 연재합니다. 공공선택학(public choice)은 1986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국 경제학자 제임스 뷰캐넌이 주창한 이론입니다. 투표를 비롯한 다양한 정치적 의사결정, 의회 및 정부의 정책결정 과정, 각종 이익집단의 지대추구행위 등을 경제학적 시각으로 분석, 우리 시대 정치·사회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 시리즈는 한국공공선택학연구회와 함께합니다. 지난 3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하에 제2차 규제개혁장관회의가 열렸다. 1차 회의 때 제기된 현장건의와 규제 완화 또는 철폐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관련 문제점에 대한 개선방안을 제시하고 논의하는 자리였다. 현장 공무원의 적극적인 업무처리를 유도하기 위해 ‘적극행정 면책제도’를 법제화하고, ‘규제개선행정협의회’를 구성해 감사원과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등이 규제를 개선하기 위한 실태점검과 문제점을 공유하기로 했다. 아마도 대통령은 규제 개혁이 장기간 지속돼 온 ‘저성장 추세’에서 벗어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듯하다. 과연 규제를 줄이면 기업과 개인의 투자가 늘어나 전반적인 경제상황이 개선될 것인가.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정부 규제가 줄어들면 보다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가능해져 다양하고 활발한 거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정부 규제가 줄어들면 같은 양의 자원이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되고 경제 전반의 혁신역량이 강화될 수 있다. 경제활동이 자유로운 국가일수록 경제가 발전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과 월스트리트저널이 공동 발표하는 세계 각국 경제자유지수와 1인당 국민총생산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매우 유의미한 결과가 나타났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무역, 투자, 금융, 기업 활동 등이 자유로워짐에 따라 경제성장이 가속화했다. 다시 말하면 규제를 철폐하고 정부의 역할과 기능을 효율적으로 최소화함으로써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규제는 왜 생기는 걸까? 정부 규제의 공익설(公益說)에 따르면 시장의 불완전성이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정부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정부 규제의 사익설(私益說)은 정부 규제가 시장의 문제를 교정하기 위한 수단으로 발효되는 것이 아니라, 이해관계가 강한 집단이 자원배분의 강제력을 가진 정부를 ‘포획해’ 자원을 재배분하기 위해 정부 규제가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현실에서의 정부 규제는 이와 같은 이중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공익을 명분으로 분주하게 규제를 만들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특정 이해관계자의 편익을 추구하기 위한 수단으로 규제가 도입될 수도 있다. 문제는 대다수 국민이 규제를 만드는 관료와 정치인들의 ‘의도’와 ‘감춰진 특성’을 사전에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이들은 규제를 도입하고 운용하는 과정에서 재량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 국민은 이에 대해 알기도 어렵고 알고자 하는 유인도 약하다. 규제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이해당사자가 아닌 이상 얻을 수 있는 편익은 별로 없는 것에 비해, 관련 정보를 취득하기 위한 시간적·금전적 비용이 큰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소수 이익집단이 정부 규제를 통해 사적 이익을 편취할 유인이 늘 존재하기 마련이다. 때로는 규제권한을 가진 관료나 정치인이 이해관계자들로부터 금전적 또는 비금전적 편익을 암묵적으로 요구하기도 한다. 정부 규제의 또 다른 문제는 규제를 도입한 관료와 정치인의 의도가 선(善)할지라도 규제가 어떻게 시장에 영향을 미칠지 명확하게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일률적으로 경제활동을 제한하는 규제는 관련 기업이나 소비자가 어떻게 반응하고 행동할지, 그로 인해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지 알 수 없다. 미국에서 한때 쿠야마카 락스퍼(이하 ‘쿠야마카’)라는 야생꽃이 멸종위기에 처해 환경당국은 이를 희귀종으로 등록하고 강제보호조치를 취했다. 쿠야마카 집단 자생지를 보호지역으로 지정하고 목장에서 키우는 소들의 접근을 막았다. 그런데 수년이 흐른 뒤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타났다. 보호지역의 쿠야마카는 주변의 높게 자란 풀로 인해 햇빛을 받지 못해 번성하지 못한 반면, 보호되지 않은 지역의 쿠야마카는 일부 소들의 먹이가 됐지만 번성했다. 정부가 선한 의도로 시장에 개입했지만 결국은 큰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 사례도 있다. 미국의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은 준정부기관으로서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공급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과도하게 많은 담보대출을 보증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시켰다. 2013년 기준 142조3000억원의 엄청난 부채를 안고 있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국민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 규제는 불완전한 정책수단이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 성과는 새로운 규제를 만드는 것에 있지 않고 기존 규제를 완화 또는 철폐하는 데 있다. 거시적 관점에서 정부 규모가 무한 증가되지 않도록 정부지출을 국내총생산 대비 일정 수준으로 헌법에서 제한하고, 미시적 관점에서는 규제를 완화 또는 철폐하는 공무원들에게 승진과 보수에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 대표적 정부규제 이론은…포획이론 특정 주체들이 보호받기 위해 정부를 포획해 규제를 끌어낸다 1960년대 초까지 정부 규제는 자연 독점, 외부성, 공공재, 정보의 비대칭성 등의 원인으로 발생하는 시장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공익설’에 기반을 뒀다. 그러나 시장의 문제점을 치유하기 위한 정부 규제는 오히려 의도하지 않은 더 큰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규제는 시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부과되며, 단기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지만 시장의 경제주체들이 모두 동질적이지 않기 때문에 일률적인 규제가 모두에게 동일하게 작용하지 않는다. 이런 가능성을 규제자가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규제를 부과하는 것은 ‘사적 이익 추구’와 관련된다. 공공선택학의 관점에서 볼 때 규제의 본질은 지대 추구자의 사적 이익 추구의 합리적 선택이 보다 큰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조지 스티글러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규제의 경제이론’을 통해 특정 경제주체가 자신들의 지대(地代)를 보호받기 위해 강제력을 가진 정부를 포획해 규제를 이끌어낸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포획이론’은 공공선택학의 한 부문을 구성하고 ‘정부 실패’를 설명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이는 규제가 공익이 아닌 사익에 근간한다는 ‘사익설’을 설명한다. 스티글러의 정부규제이론은 샘 펠츠만 교수에 의해 확장돼 규제를 수요 관점에서뿐만 아니라 공급 관점에서도 분석함으로써 정부규제이론을 발전시켰다. 정부 규제와 관련한 이익집단은 물론 입법가도 정치적 지지를 목적으로 지대추구활동을 하기 때문에 규제가 만들어질 수 있다. 특정 산업이나 기업 또는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각종 인허가, 보조금 및 지원금, 시장진입 제한, 가격 통제 등이 대표적인 정부 규제의 예다. 김영신 <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ykim@keri.org >
2014-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