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용어사전

MSCI 선진국지수

[MSCI All Country World Index Free, MSCI ACWI]

미국의 금융지수 정보제공 회사인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 (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 Inc.)가 제공하는 여러 지수 중 선진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종목으로 구성된 주가지수. 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된 국가는 명실상부한 ‘선진 주식시장’으로 인정받는다. 글로벌 펀드들이 이 지수를 참고해 투자하기 때문에 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이 되면 글로벌 자금 유입액도 훨씬 많아진다.

2022년 2월 현재 한국은 현재 브라질, 체코, 그리스, 중국, 인도, 대만 등과 함께 신흥국지수에 속해 있다.

한국은 2008년 MSCI 선진국지수 관찰대상국에 이름을 올렸으나 2014년쯤 빠졌다. 한국은 2015년부터 선진국지수 편입을 노려왔으나 번번이 고배를 마시면서 사람들의 관심권 밖으로 밀려났다.

2021년 11월 1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한국경제 설명회(IR) 자리에서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본격적으로 재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도 “옳은 결정”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이때부터 정부는 기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증시 전문가는 한국 증시가 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돼야 한다고 본다.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증시 규모와 위상 면에서 한국은 이미 일부 선진국을 능가하고 있다. 한국 증시의 시가총액(세계 13위·2020년 말 기준)과 거래대금(세계 4위·2019년 기준) 규모는 선진시장에 속하는 싱가포르·벨기에·오스트리아 등보다 월등히 크다. 경제의 펀더멘털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수출·교역·국내총생산 규모는 각각 세계 7·9·10위(2020년 기준)에 올랐다. 1인당 국민소득(GNI)은 3만2115달러(2019년 기준)로 세계은행 고소득국가 기준(1만2376달러)의 2.6배 규모다. 국가신용등급은 ‘Aa2등급’(무디스 기준)으로 일본(A1등급)보다 높다.

투자자를 위해서도 한국이 선진국지수에 편입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글로벌 시장의 ‘큰손’ 투자자들은 신흥국 증시를 ‘고위험·고수익’ 시장으로 생각한다. 이 때문에 신흥국 증시에선 투자자금이 급격하게 유입되거나 유출되는 경우가 잦다. 이는 주식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이어진다. 삼성증권이 1990~2019년 MSCI 선진국지수와 신흥국지수의 변동성을 따져봤더니 신흥국이 선진국보다 60%가량 컸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브렉시트 같은 대형 악재가 발생했을 때 신흥국 증시가 더 큰 폭으로 빠졌다는 얘기다.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이 주식시장 변동성 완화와 금융시장 안정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주가 상승에도 선진국지수 편입이 적잖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선진국 시장과 신흥국 시장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년간(2001~2020년) MSCI 선진국지수에 포함된 증시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12개월 예상 순이익 기준)은 20배였다. 같은 기간 신흥국지수 포함 증시의 평균 PER은 14배였다. PER이 높다는 건 똑같은 이익을 내더라도 시가총액 규모는 더 커진다는 얘기다.

‘시장접근성’ 때문에 번번이 발목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이미 선진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매년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보고서에서 한국을 39개국이 포함된 ‘선진 경제권(Advanced Economies)’으로 분류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한국을 미국·독일·영국·프랑스 등과 함께 ‘고소득(high income) 국가’로 구분한다. S&P(2008년), FTSE(2009년) 등 글로벌 지수 산출 기관들도 일찌감치 한국을 선진국지수에 포함시켰다. 그런데 왜 유독 MSCI만 한국을 신흥국으로 간주할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MSCI의 시장 분류 기준을 알아야 한다.

MSCI는 1년에 네 차례 주가 지수를 리밸런싱한다. 매년 5월과 11월에 반기 리뷰, 2월과 8월엔 분기 리뷰를 진행한다. 이때 MSCI 지수에 새롭게 편입할 종목과 제외할 종목을 결정한다. 특정 국가를 선진국·신흥국 중 어디에 포함시킬지는 매년 5~6월께 진행하는 ‘연례 시장 분류 리뷰’에서 정한다. 이때 ①경제 발전 정도 ②주식시장 규모 및 유동성 조건 ③시장접근성 등 크게 세 가지 기준을 충족하는지 살펴본다. 이 중 ①번과 ②번 기준은 정량적 수치로 평가하는데, 한국은 이미 두 가지 모두를 충족하고 있다. 문제는 정성적 평가가 이뤄지는 ③번 기준이다. 시장접근성이란 외국인들이 해당 국가 증시에 얼마나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가를 평가하는 개념이다. 한국은 매년 MSCI ‘시장접근성’ 기준 하위 여섯 가지 항목에서 ‘낙제점(개선필요)’을 받았다. ①역외 현물환 시장의 부재 ②영문공시 자료 부족 및 배당락일 이후 배당금 결정 ③경직된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 ④계좌별 거래내역 신고 규정 ⑤장외거래 어려움 ⑥증시 데이터 사용 제한 등이다.

MSCI 선진지수 편입, 증시에 '축복'일까 '빛 좋은 개살구'일까
관건은 ‘역외 현물환 시장 부재’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특정 국가의 주식시장에 투자할 때 주식평가 차익뿐 아니라 환차익도 중요하게 고려한다. 투자한 주식에서 5% 수익이 나더라도 환차손이 10% 발생하면 결국 5%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자에게 특정 국가의 주식에 투자할 때 언제든지 해당 통화를 달러로 환전할 수 있는 시장의 존재 유무는 매우 중요하다. 한국은 현재 역내 현물환 시장(국내 은행 간 시장)과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밖에 없다. 역내시장 마감 이후 자유롭게 원화와 달러화를 교환할 수 있는 역외 현물환 거래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 역외 현물환 시장이 생기면 환율에 대한 정부의 ‘통제력’이 약화되고, 이는 결국 위기 상황에서 거시경제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전통적 사고다. 실제 ‘환율은 국방력’이라고 강조한 경제부총리도 있었다.

MSCI는 2021년 연례시장 분류 때 공매도 금지 규제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2021년 5월부터 코스피200·코스닥150 구성 종목에 대해서는 공매도가 가능해졌지만 ‘전면 허용’이 필요하다고 요구한 것이다.

선진지수 편입 효과 추정 제각각
정부·투자자·금융투자회사 등이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바라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투자 방식의 변화 흐름과 관련이 깊다. 글로벌 자산운용사·국부펀드·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의 투자는 크게 ‘패시브(passive) 투자’와 ‘액티브(active) 투자’로 나뉜다. 액티브 투자는 펀드매니저들이 자신의 재량과 판단에 따라 유망 종목을 사고팔아 ‘시장수익률+α’ 수익을 추구한다. 여기서 시장 수익률이란 특정 지수의 등락률에 따라 결정된다. 패시브 투자는 특정 지수의 등락률만큼의 수익만 추구한다. 인덱스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가 대표적인 패시브 투자 상품이다. 패시브 투자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액티브 투자 자금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 패시브 투자 규모가 급증하기 시작해 2019년에는 액티브 투자 규모와 엇비슷해졌다. 사람의 능력에 의존한 투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확산한 결과다. 패시브 투자 비중이 높아지면서 MSCI 지수 같은 주가 지수의 영향력도 덩달아 커졌다.

한국 증시가 MSCI 선진국지수에 포함됐을 때의 이해득실을 가늠해보려면 두 가지를 따져 봐야 한다. 일단 MSCI 지수를 추종하는 자금 규모가 중요하다. MSCI가 정기적으로 공개하는 통계에 따르면 MSCI 지수를 벤치마크로 삼는 글로벌 자금 규모는 14조5100억달러(2020년 말 기준)다. 이 중 선진국지수를 벤치마크로 삼는 자금은 12조1050억달러, 신흥국지수를 벤치마크로 삼는 자금은 2조4050억달러다. 그런데 이 숫자는 MSCI가 밝힌 ‘명목 추종자금’이다. 실제로 지수를 따라 움직이는 ‘유효 추종자금’ 규모는 추정하는 사람에 따라 편차가 있다. 두 번째 따져봐야 할 건 각 지수 내 한국의 편입 비중이다. 신흥국지수에서 한국 증시 비중은 13% 정도다. 증권업계에선 선진국지수에 편입될 경우 한국 비중은 5%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FTSE 선진국지수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4.85% 정도인 점을 감안한 추정치다.

한화투자증권은 최근 분석 보고서에서 MSCI 신흥국지수와 관련해 국내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 규모가 134억4000만달러 정도일 것으로 추정했다. 또 MSCI 선진국지수를 추종하는 자금 규모는 2123억달러로 추산하면서 한국이 5% 비중으로 편입되면 국내 증시에 106억2000만달러(2123억달러×0.05)가 유입될 것으로 봤다. 이를 토대로 한국이 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면 약 28억3000만달러(약 3조4000억원)의 외국인 자금이 순유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국내 증권사들이 선진국지수 편입 효과를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유효 추종자금 규모와 선진국지수 내 한국 비중을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잡고, 지수 편입에 따른 밸류에이션 상승 효과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선진국지수 편입 시 694억달러가 빠져나가고 853억달러가 유입돼 결국 159억달러가량(약 19조원)의 순유입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원락 한경연 수석부장은 “ETF뿐 아니라 인덱스 펀드·액티브 펀드를 모두 포함해 유효 추종자금 규모를 추산한 뒤 선진국지수 편입에 따른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 상승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설령 단기적으로 외국인 자금 순유출이 예상되더라도 선진국지수 편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 효과’ 때문이다. 중국 A주는 2018년에 MSCI 신흥국지수에 편입됐다. 당시 MSCI는 중국 A주의 포함 비율을 단계적으로 높여가기로 해 현재 20%까지 올렸다. 이렇게 해서 중국이 MSCI 신흥국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4%다. 그런데 이 포함 비율은 향후 100%까지 높아진다. 현행 30% 수준인 중국 기업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 상한도 갈수록 높아질 공산이 크다. 이 두 가지를 감안하면 MSCI 신흥국지수 내 중국 비중은 장기적으로 63%까지 높아지고, 이 경우 현재 13% 안팎인 한국 비중은 7%까지 낮아질 수 있다. “한국이 MSCI 신흥국지수에 잔류하면 중국발 장기 수급 악재에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엔 성공할 수 있을까
투자자들은 2022년 3월 대통령 선거 이후 새 정부가 출범하면 MSCI 선진국지수 편입 추진 작업이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유력 대선 후보들이 모두 찬성 의견을 밝히고 있다. 정부는 이미 최대 난관으로 예상되는 외환시장과 관련해 적극적인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외환시장 개장 시간을 대폭 연장하거나, 해외 금융회사의 국내 외환시장 직접 참여를 허용하거나, 해외 금융회사가 해외에서 원화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외환 규제를 자유화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국내외 의견 수렴을 바탕으로 최종 방안을 마련한 뒤 MSCI와 본격 협의할 계획이다.

MSCI 선진지수 편입, 증시에 '축복'일까 '빛 좋은 개살구'일까 [김동윤의 MSCI 이야기]
이런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한국은 이르면 2022년 6월 연례 시장분류 작업에서 ‘관찰대상국(Watch List)’으로 지정되고, 내년 6월 선진국지수 편입이 결정될 수 있다. 그리고 실제 편입은 2024년 정기변경 이벤트 때(2·5·8·11월) 이뤄질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그러나 “외환시장 규제 완화, 외국인 등록제도 개선, 공매도 전면 재개 등에 필요한 사회적 합의 도출과 관련 법 개정을 올해 연례 심사 전에 완료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2024년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한국은 MSCI를 제외한 벤치마크 지수에서는 선진국으로 대접받고 있다. 다우지수에서는 99년, S&P에서는 2008년 8월 FTSE지수에서는 2009년 선진국에 편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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