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용어사전

근로자이사제

 

노동조합이 이사를 선임해 이사회에 파견하는 제도. 근로자 또는 노동자의 경영참여를 보장하는 공식적인 제도로서 기업 이사회에 노동자대표들이 참여하여 기업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경영진과 함께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근로자이사제는 타 이사들과 달리 근로자 특유의 지식과 경험을 살려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할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경영권 침해에 대한 우려도 있다.

`노동이사제'라고도 하는데 우리나라 법률에서는 `근로자’란 표현을 쓰고 있기 때문에 `노동이사제'대신 ‘근로자이사제’라는 명칭을 사용하기도 한다.

근로자이사는 법률과 정관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사업계획, 예산, 정관개정, 재산처분 등 주요사항에 대해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유럽에서는 모두 19개국에서 노동이사제를 시행 중이다. 1951년 독일을 시작으로 프랑스 스웨덴 네덜란드 등 19개국에서 도입했다. 그리스 아일랜드 스페인 포르투갈 등 4개국은 공공부문에만 적용했다.

독일은 500명 이상 근로자가 근무하는 사업장이라면 공공과 민간을 불문하고 모두 근로자 이사를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기업의 지배구조가 실질적 집행기구인 경영이사회와 견제 위주의 감독이사회로 나뉘어 있다는 점에서 한국 등과 차이가 있다. 독일에서 근로자 이사는 감독이사회에만 참여한다.

최근 독일에서는 근로자 이사가 기업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폐지 및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하엘 로고프스키 전 독일산업협회 회장은 노동이사제 등 공동결정제도에 대해 “역사의 오류”라고 평가했다. 디터 훈트 전 독일경영자협회 회장은 “근로자 이사제가 글로벌화된 시장상황에서 독일 기업에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는 2022년 1월 노동이사제 도입을 담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2022년 8월 4일부터 시행하게 됐다.

노동이사제가 시행되면 130개 공공기관은 노동이사를 한 명씩 선임해야 한다. 한국전력,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도로공사,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기업 36곳과 한국무역보험공사,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공무원연금공단 등 준정부기관 94곳이 대상이다.

노동이사 선출은 노조 등을 통해 이뤄진다. 과반수 노조가 있는 경우 노조 대표가 추천한 2인 이내 후보자가, 과반수 노조가 없는 경우 직접·비밀·무기명 투표로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은 2명 이내 후보자가 임원추천위원회에 추천된다. 노조 위원장이 자신을 ‘셀프 추천’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후 공공기관 운영위의 심의·의결을 거쳐 기획재정부 장관이 노동이사를 임명한다. 노동이사는 3년 이상 재직한 근로자 중에서 뽑아야 하며, 임기는 2년이고 1년 단위로 연임이 가능하다.

노동이사제를 둘러싼 규정이 여전히 미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동이사가 ‘상임이사냐, 비상임이사냐’를 두고도 혼선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전력은 노동이사 선임을 앞두고 관련 부처 의견을 들었는데, 법무부는 상임이사로 봐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반면 금융감독원은 비상임이사라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는 노동이사를 비상임이사로 보고 있는데 정부 부처 내에서도 이견이 나오는 것이다. 법무부는 이에 대한 유권해석을 법제처에 의뢰했다. 노동이사를 상임이사로 봐야 한다는 판정이 내려지면 공공기관 전체적으로 일대 혼란이 벌어질 수도 있다. 기존 상임이사 업무를 재분장해야 하는 것은 물론 노동이사의 권한이 그동안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이사 추천을 위한 근로자 과반수 동의 절차도 명확하지 않다. 과반수 노조가 없다면 전체 근로자 5%의 추천을 받아 입후보한 근로자 중 전체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은 2명을 임추위에 추천하게 된다. 하지만 사업장이 전국에 퍼져 있는 기관이나 복수노조 사업장 등에서는 투표 방식이나 절차 및 공정성을 두고 논란이 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투표 주관자가 노조인지 회사인지도 미정이다. 경영 지침에도 아무런 내용이 없다.

금융부문 공공기관 노조의 한 간부는 “불확실한 영역이 많아 당분간 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다른 기관 도입 사례를 살피면서 12월 정도 노동이사제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간기업들도 노동이사 도입 과정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한 대기업 제조업체 임원은 “공공기관을 테스트베드로 삼고 민간기업에 도입을 압박하는 게 수순인 만큼 공공기관 도입 과정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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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가 내년부터 통합 지하철공사를 비롯한 산하기관에 도입할 예정인 노동이사제를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노조를 경영에 참여시키는 노동이사제가 자유시장경제체제를 명시한 헌법에 위배되고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경제민주화 정착을 위해 노동이사제 도입을 강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본지 2월5일자 A8면 참조 시민사회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는 2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공기업 노동이사제 도입 문제점 진단’ 토론회를 열었다. 발제자로 나선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서울시가 벤치마킹한 독일은 헌법에 사회적 경제 기본이념이 존재하지만 우리나라는 헌법 119조 1항에 자유시장경제체제임을 선언하고 있다”며 “노동이사제는 법률에 근거가 없는 것이어서 입법론적으로 논란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서울메트로(지하철 1~4호선 운영·관리)와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 통합공사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기로 지하철 노사와 합의했다. 통합공사 이사회에 비상임 노동이사 두 명이 참여해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공기업에서 근로자를 경영주체로 인정하기로 한 것은 서울시가 처음이다. “우리 사회의 경제민주화 정착을 위해 노조의 경영 참여가 필요하다”는 것이 서울시가 밝힌 도입 배경이다. 전 교수는 “독일은 고도성장을 달성한 1960년대 전후 법적으로 노동이사제를 보장했지만 글로벌 경쟁이 심화한 1990년대 이후 기업 경쟁력이 약해지자 하르츠개혁을 통해 근로자 경영 참여를 제도적으로 개선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토론자로 나선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노동이사제는 지배구조의 비효율성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채택하지 않는 제도”라고 주장했다. 노동이사제가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전 교수는 노동이사제 도입에 따른 문제점으로 △신속한 판단이 필요한 사안의 의사결정 지연 △전문성이 높은 사람보다 노조 지지를 받는 사람이 최고경영자로 승진할 가능성 △외국 자본의 직접 투자 감소 등을 꼽았다. 최완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대기업과 공기업 노조 상당수가 집단이기주의 행태를 버리지 못하는 현실에서 노조에 경영권 참여를 허용하면 혼란과 갈등을 불러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노동 경직성을 높이는 노동이사제는 공공부문 개혁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건전한 노사문화를 이루기 위해선 노동이사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기업의 의사결정을 지연하거나 경쟁력을 저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시는 노동이사제 도입이 상위법에 위배되는지 법률 검토에 들어갈 계획이다. ■ 노동이사제 노동조합이 이사를 선임해 이사회에 파견하는 제도. 노동이사는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독일,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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