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외수지
[invisible trade balance]상품의 수출입 차이를 나타내는 무역수지와 달리 무역외수지는 외국과의 서비스 거래 결과 벌어들인 돈과 지급한 돈의 수지 차이를 말한다. 우리나라 선박이나 항공기가 상품을 나르고 외국에서 받은 운임, 해외투자의 이자수입, 외국관광객이 쓰고 간 외화, 해외건설노동자 송금 등이 무역외수입이 되고 우리나라가 외국에 지급한 운임보험료, 외채이자, 여행경비 등이 무역외지급으로 나타난다. 우리나라 무역외수지는 그동안 구조적인 이유로 계속 적자를 면치 못했다. 1970년 이후 최근까지 무역외수지는 1970∼73년(미군 군납에 따른 정부거래흑자), 1977∼78년(중동 해외건설 수입증가), 1987∼88년(88올림픽을 전후한 여행수지 증가) 등 3번의 기간 동안 특수요인으로 흑자를 보았을 뿐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은 1994년 한 보고서에서 구조적인 적자요인으로 경제개발과정에서 대규모의 외자를 활용한 데 따른 외채이자의 누증, 1980년대 중반 이후 지적소유권 보호 등 선진국 기술보호주의의 강화로 인한 기술용역대가 지급증가,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해외여행자 급증에 따른 여행수지의 적자 전환, 무역규모 증가와 교역상대국가 확대에 따른 운수 관련 경비지급의 증가를 꼽았다. 무역외수지를 부문별로 보면 ‘운임·보험수지’는 1970년대까지 적자를 나타냈으나 1980년 이후 외항선 복량이 늘어나고 국적선적 취율이 높아져 흑자를 지속하고 있다. ‘기타운수수지’는 여객운임, 항만경비, 운항경비, 용선료, 수리선박 가공비, 원양어로 경비 등으로 이루어지는데 그동안 만성적인 적자를 보여 왔다.
1980년대 이후엔 교역량과 교역상대국이 늘어나면서 적자폭이 커지고 있다. ‘여행수지’는 1990년까지 흑자를 지속하였으나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조치 이후 출국자수가 급증, 1991년부터 적자로 돌아섰다. 주로 이자와 배당금으로 구성되는 ‘투자수익수지’는 1980년대 중반까지 외채누적과 국제금리 상승으로 30억달러대의 적자를 보였다. 그러나 1986년 경상수지흑자 전환과 함께 대외채무 감소 및 대외자산 증가로 적자가 10억달러대로 줄었다가 최근엔 외국인 주식투자 허용으로 적자폭이 다시 커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무역외수지 중 이들 4개 항목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주한미군에 대한 군납 등에 수반되는 정부거래, 해외건설용역, 해외지사경비, 기술용역대가, 제반 수수료 등 ‘기타용역수지’가 있다.
이 항목도 그동안 흑자를 지속했으나 1990년 이후 선진국의 기술보호주의 강화로 기술용역대가 지급이 크게 늘고 있다. 무역외수지는 이처럼 꼭 흑자가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 교역상대국이 많아져 장거리 수송 때 국적선보다는 항로와 항만시설에 익숙한 지역선박을 이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 아직 기반이 약한 국내기술 수준을 단기간 내에 제고시키기 위해서 외국기술을 도입하는 것처럼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