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원자로
[System-integrated Modular Advanced Reactor, SMART]한국원자력연구원이 세계최초로 개발한 한국형 중소형 모듈 원자로. 한국은 1990년대부터 수출용으로 기술개발을 시작, 설계에서부터 전산코드, 원자로 등 핵심 기술을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2012년 세계 최초로 소형 원자로에 대한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했다. 표준설계인가는 어디서나 해당 기술 그대로 원자로를 만들어도 좋다는 품질보증서다.
스마트는 전기 출력량 100㎿, 건설 비용 7000억~1조원대로 대형 원자력발전소와 비교해 건설비는 5분의 1, 발전량은 10분의 1 규모다. 소규모 전력 생산에 활용되는 화력발전소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됐다. 바닷물을 식용수로 바꾸는 해수담수화 기능도 갖췄다. 국가 전력망 규모가 작아 대형 원전 건설이 부적절한 나라, 땅덩어리는 큰데 인구는 흩어져 있어 송·배전망을 까는 데 돈이 많이 드는 나라 등에 적합하다.스마트는 매일 9만㎾(킬로와트)의 전기와 물 4만t을 공급할 수 있다. 인구 10만 명 도시에 적합한 규모다.
스마트 원전은 사람이 사는 도시 가까이에 지어야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도시 인근에 소형 원전을 짓기 위해서는 안전 확보가 최대 관건이다. 스마트는 이를 위해 원전 설계부터 대형 원전과 다른 구조를 채택했다. 대형 원전은 증기발생기, 가압기, 원자로 냉각재펌프 등 주요 기기가 대형 배관으로 연결된 구조다. 배관에 문제가 생기면 방사능 오염물질이 새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스마트는 원자로 주요 기기를 압력용기 안에 모두 집어넣은 일체형이다. 지진 등으로 사고가 나더라도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2012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전력 공급이 끊기면서 원자로 냉각에 문제가 생겨 발생했다. 스마트는 지진해일(쓰나미) 등으로 냉각수를 돌리는 펌프가 멈추더라도 자연대류 현상을 이용해 최대 20일까지 원자로 열을 제거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비상 냉각수 탱크를 수동으로 보충하면 20일 이후에도 냉각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대형 원전과 비교해 원자로 출력 대비 원자로 건물의 규모를 크게 설계해 수소 폭발 가능성도 낮췄다. 사고 발생시 중력의 힘으로 원자로 주위 공간을 물로 채우는 것도 가능하다.
리히터 규모 7.0까지 견딜 수 있도록 내진 설계를 적용했고 쓰나미 홍수에 견딜 수 있는 수위도 10m로 설계했다. 동해안에서 진도 7.7 규모 지진이 발생했을 때 예상되는 쓰나미 높이 3.5m보다 3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2015년 3월 3일 박근혜 대통령이 사우디 리야드에서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과 정상회담을 하고 스마트원자로 두기를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하기로 양해각서에 서명하기도 했다.사우디로부터 1억달러를 받아 2015년 말부터 2018년 11월까지 PPE(건설 전 상세설계)를 마쳤다. 중동 전역에 소형원자로 공급을 주도하려는 사우디와 상용화 실적이 필요한 원자력연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등도 참여했다.
한국원자력연구소는 2019년 4월19일 연구소가 사우디아라비아 왕립 원자력신재생에너지원(K.A.CARE)과 스마트 본계약 체결 여부를 논의하고 있으며 2019년내에 결론이 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계약이 체결되면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한 APR-1400 이후 10년 만에 원전을 수출하게 된다.
스마트 수출을 아직 100% 낙관하긴 이르다. 원자력연 관계자는 “미국 누스케일(Nuscale), 중국핵공업그룹(CNNC) 등 경쟁국의 견제가 만만찮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스마트와 비슷한 소형 원자로 ‘ACP100’을 만들고 여러 국가에 수출을 타진하고 있다. 누스케일이 개발한 소형 원자로도 미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표준설계 인가 획득을 눈앞에 두고 있다. 미 트럼프 행정부가 소형 원자로를 수출전략산업으로 지원하면서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중동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등 각 대륙에서 스마트에 대한 잠재 수요가 상당하다는 것이 원자력연의 설명이다.
한국 상황은 반대다. 문재인 정부의 ‘원전 해체’ 기조에 휩쓸려 고지를 선점하고도 시장을 다른 나라에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원자력연 안에서 팽배하다. 지난해 원자력연에 대한 정부 직접출연금은 1394억원으로 전년(1458억원)보다 5%가량 줄었다. 김긍구 원자력연 스마트개발사업단장은 “미국 등이 언제라도 획기적인 조건을 제시하면 (스마트 2기 공급) 본계약 체결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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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스마트 원전 첫 수출] '중소형 원전' 한국이 선점…350조 글로벌시장 석권 노린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15년의 노력 끝에 2012년 세계 최초로 중소형 원자로인 스마트(SMART)를 개발했다. 기쁨은 잠시뿐이었다. 일본에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터졌고, 국내에선 원전 부품 납품 비리가 불거졌다. 악재가 겹치며 2년 넘게 국내 건설 부지조차 찾지 못한 ‘미운 오리’ 신세로 전락했다. 반전의 기회는 해외에서 열렸다. 화력발전에 의존하던 사우디아라비아가 2013년 스마트 원전에 관심을 보였고 1년여의 타당성 조사를 거쳐 3일 두 나라 간 공동 개발 제휴가 이뤄졌다. 원전 후발국인 한국이 차세대 원전인 중소형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호기를 맞았다는 게 과학계의 평가다. ◆SMART, 에너지 시장의 아이폰 스마트는 전기 출력량 100㎿, 건설 비용 7000억~1조원대의 중소형 원전이다. 대형 원전과 비교해 건설비는 5분의 1, 발전량은 10분의 1 규모다. 소규모 전력 생산에 활용되는 화력발전소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됐다. 바닷물을 식용수로 바꾸는 해수담수화 기능도 갖췄다. 국가 전력망 규모가 작아 대형 원전 건설이 부적절한 나라, 땅덩어리는 큰데 인구는 흩어져 있어 송·배전망을 까는 데 돈이 많이 드는 나라 등에 적합하다. 스마트 원전은 사람이 사는 도시 가까이에 지어야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무엇보다 안전성이 중요한 이유다. 최순 한국원자력연구원 소형원자로개발단장은 “스마트는 대형 원전에 비해 에너지 응축 규모가 작아 기본적으로 위험성이 작은 데다 복잡한 배관 구조를 없애고 한 개의 압력 용기에 발전에 필요한 기능을 모두 넣었다”며 “냉각수가 유실돼 발생할 수 있는 원전의 대표적인 사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제거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에너지부는 2050년까지 중소형 원전이 500~1000기 이상 건설돼 350조원에 달하는 거대 시장이 열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영국도 최근 소형 원전을 건설하겠다는 정부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아직 중소형 원전을 건설한 곳은 없다. 이제 막 열리는 차세대 시장이다. 정연호 전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은 “2007년 등장한 아이폰이 불과 수년 만에 휴대폰 시장의 판도를 스마트폰으로 바꿔 놓은 것처럼 스마트 원전도 수백조원의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혁신을 불러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자력 기술 강국 도약 기회 한국과 사우디는 이날 제휴를 맺고 2018년까지 사우디 내에 스마트 원전 2기 이상을 건설하는 예비 검토에 나서기로 했다. 건설에 적합한 부지를 찾고 현지 여건에 맞도록 원전 설계 일부를 변경하는 공동 개발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국이 기술 개발을 맡고 사우디는 자금과 부지를 담당하는 방식이다. 앞으로 20억달러 규모의 원전 수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스마트 수출은 한국 원자력 기술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이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원자력 연구는 1959년 미국에서 연구용 원자로를 도입하면서 시작됐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에 상업용 원전을 처음 수출했고 요르단에서는 과학 연구에 사용하는 연구용 원자로 사업도 수주했다. 작년에는 네덜란드 연구로 개선 사업을 따내며 유럽 시장에 진출했다. 올해는 중소형 원전 시장 선점 기회까지 확보했다. 김종경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은 “사우디는 국토가 넓은 반면 전력망이 잘 구축되지 않았고 해수담수화 요구도 커 스마트 원전을 도입하기로 한 것”이라며 “사우디에 세계 최초로 건설되는 스마트를 기반으로 양국이 제3국 수출에도 공조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
2015-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