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무호흡증
[snoring, sleep apnea]수면무호흡증은 자는 동안 10초 이상 숨이 멈추는 증상이 반복되는 질환이다. 대개 한 시간에 다섯 번 이상 무호흡 증상을 호소하면 수면무호흡증으로 진단한다.
별다른 질환이 없는 사람이라도 나이 들고 피곤하거나 과음하면 코를 골 수 있다. 하지만 코골이가 심한 상태로 숨을 거칠게 쉬다가 호흡이 멈춰 조용했다가 다시 시끄럽게 호흡이 시작된다면 치료가 필요한 단계다. 스스로 증상을 자각하기 어려워서 함께 자는 가족 등이 증상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수면무호흡증은 잠잘 때 목 안의 기도가 막히면서 생기는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숨을 쉬려는 인체 반응 자체가 없어지는 중추성 수면무호흡증으로 구분된다.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환자가 대다수다.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은 심한 비만이거나 목젖이 심하게 늘어져 있을 때, 편도선과 혀가 커져 공기가 목구멍을 통해 기도로 넘어가기 힘들 때 생긴다.
수면무호흡증이 심하면 낮에 심하게 졸린 증상을 호소하고 집중하지 못한다. 판단력이 떨어져 공격적인 성격으로 바뀌거나 불안감, 우울증 등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승훈 고려대 안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단순 코골이가 아니라 개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만성질환”이라며 “치료가 어렵지 않기 때문에 방치해선 안 된다”고 했다.
수면무호흡증, 당뇨·고혈압 유발
수면은 다양한 인체 기능을 재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면무호흡증이 있으면 각종 질환 위험이 높아지는 이유다. 수면무호흡증 환자와 연관이 큰 질환은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이다.
신원철, 변정익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팀은 최근 수면무호흡증 때문에 잠잘 때 자꾸 깨 교감신경이 자극을 받으면 당뇨병에 걸리기 쉽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잠자는 동안에는 인체 기능은 물론 뇌 기능과 활동성이 떨어진다. 잠자는 동안 에너지 소비량은 80~120㎉ 정도로 몸속 에너지가 보존된다. 잠을 잘 자고 중간에 깨지 않는다면 포도당 소모량이 최소한으로 줄어 추가 공급이 필요없다. 잠든 뒤 혈당은 점차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수면무호흡증 때문에 뇌가 반복적으로 깨어나면 포도당을 많이 소모한다. 부족한 포도당을 공급하기 위해 몸에 저장된 포도당 저장창고에서 포도당을 혈액으로 방출하고 이 때문에 혈당이 높아진다. 수면 중에는 낮아져야 하는 혈당이 계속 높아지면 이를 조절하기 위해 인슐린이 많이 분비된다. 이런 상태가 계속 반복되면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져 당뇨병이 생기기 쉽다.
실제 당뇨병 환자의 50~60%가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을 앓고 있다. 수면무호흡증 환자의 30~40% 정도가 인슐린 저항성 등을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혈압과 수면무호흡증도 관련이 크다. 코를 골고 수면장애가 있으면 부신피질에서 분비되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 농도가 증가한다. 이 호르몬이 계속 많이 분비되면 장기적으로 혈압이 높아지기 쉽다. 미국수면의학학회에 따르면 고혈압 환자의 3분의 1은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을 앓고 있다. 치료가 힘든 저항성 고혈압 환자의 80%는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을 호소한다.
만약 고혈압약을 먹고 있는데도 혈압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수면무호흡증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혈압 조절이 안 되는 환자에게 양압기를 이용한 수면무호흡 치료를 하면 혈압 수치가 낮아지는 사례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악성 뇌종양, 림프종도 연관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뇌종양 발생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최지호 순천향대 부천병원 이비인후과 교수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 청구자료를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다.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증상이 없는 사람보다 뇌종양 발생 위험이 1.67배 높았다. 연구팀은 수면 중 체내 산소 농도가 떨어지면서 뇌를 자극하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했다.
최 교수팀은 임파선암의 95%를 차지하는 비호지킨림프종이 수면무호흡증과 관련 있다는 분석 결과도 내놨다.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임파선암 발생 위험이 1.4배 높았다.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대동맥 석회화 위험이 1.6배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호흡기 질환 위험도 높인다. 김현준 아주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팀은 수면무호흡 등 간헐적 저산소증 환경에서 섬모운동 횟수가 17% 정도 줄어든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내놨다.
섬모는 사람의 코와 호흡기 표면을 덮은 미세한 털과 같은 기관이다. 초당 10~20회 정도로 빠르게 운동하면서 공기 중에 포함된 바이러스, 박테리아, 이물질 등을 걸러 제거한다. 인체에서 공기청정기 필터 같은 1차 방어 기능을 하는 셈이다. 이런 섬모운동이 느려지면 필터 기능이 떨어져 외부의 나쁜 물질이 그대로 몸속에 들어오기 쉽다.
폐렴, 기관지염은 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바이러스성 호흡기 질환, 세균성 호흡기 질환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간헐적 저산소증 환경에 코점막 조직이 노출되면 TGF-β, IL-6, TNF-α 등 염증성 사이토카인(면역물질) 반응이 7배 정도 증가한다.
수시로 졸리거나 아침 두통 심하면 의심
수면무호흡증이 있으면 낮 시간 졸음이 쏟아지거나 아침에 두통이 심해지는 증상 등을 호소한다. 병원을 찾으면 의료진은 이런 증상이 있는지, 고혈압과 당뇨 등 합병증을 앓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한다. 비강, 구인두 등 상기도 속이 좁아졌는지 확인하고 목둘레나 체질량지수 등을 측정한다.
이후 실제 수면무호흡증을 호소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수면다원검사를 한다. 이를 통해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인지, 중추성 수면무호흡증인지 등을 파악한다. 이전에는 검사시간이 긴 데다 70만원 정도로 고가였지만 2018년 7월 건강보험 혜택을 받게 돼 환자 부담금은 10만~15만원 정도로 줄었다.
상기도가 지나치게 좁아졌다면 조직을 잘라내는 수술을 한다. 아이들은 편도 아데노이드 비대 때문에 수면무호흡증이 생기는 일이 많은데 수술 효과가 상당히 좋은 편이다. 성인 환자에게 효과가 좋은 것은 양압기 치료다. 잠잘 때 인위적으로 공기를 넣어주는 방식이다. 이전에는 200만원이 넘는 기기 비용을 모두 부담했지만 건강보험 혜택을 받아 매달 2만원 정도로 임차해 쓸 수 있다.
성인 15%가 앓는 '수면무호흡증'…뇌종양·임파선암 위험 높인다.
수면무호흡증 예방과 치료에 가장 효과적인 것은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다. 옆으로 누워 자는 것도 증상을 개선하는 데 도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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