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이터
소비자가 금융사 등에 자신의 정보사용을 허락할 경우 정보를 한곳에 모아 관리해주는 서비스. 소비자는 휴대폰 앱이나 웹사이트에서 자신의 정보를 간편하게 관리할 수 있고 금융사 입장에서는 소비자의 실정에 맞는 맞춤형 자산관리와 컨설팅 등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마이데이터는 은행 계좌와 신용카드 이용내역 등 금융데이터의 주인을 금융회사가 아니라 개인으로 정의하는 개념으로 `본인신용정보관리업'이라고 한다.
은행, 카드, 핀테크, 증권사 등이 이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신한은행 모바일 앱 쏠(SOL)을 업데이트한 뒤 접속하자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브랜드 ‘머니버스’를 알리는 창이 나타났다.
정보 전송 요구에 동의하자 은행·카드·증권 등 9곳 금융사에 흩어진 정보를 한번에 연결할 수 있었다. 카드결제일과 적금, 이자 납입일 등을 한눈에 보여주는 금융 일정이 활성화됐고, 자산·소비 분석 리포트도 받아볼 수 있었다. 눈에 띄는 건 목표 관리 메뉴. ‘주택구입’을 선택하고 원하는 아파트, 목표기간을 입력하니 매달 저축해야 할 금액과 추천 상품 등이 일목요연하게 제시됐다.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으로 2021년 8월부터 데이터 기업 사업자들이 개인의 동의를 받아 금융정보를 통합 관리해주는 마이데이터사업(신용정보관리업)이 가능해졌으며 2021년 12월 1일 부터 금융사별로 시범서비스가 시작됐다.
‘내 손 안의 금융 비서’로 기대를 모아온 금융부문 마이데이터 시범 서비스가 베일을 벗었다. 마이데이터란 소비자가 원하는 사업자를 골라 흩어져 있는 자신의 신용정보를 한꺼번에 제공하고, 이를 토대로 맞춤형 자산관리와 컨설팅 등의 금융 서비스를 받는 것. 각 은행, 보험사, 증권사, 신용카드사, 핀테크 업체들은 이날 모바일 앱 업데이트와 함께 한 달간의 시범 서비스에 들어갔다. 향후 소비자의 선택을 받게 될 ‘슈퍼 금융 플랫폼’ 왕좌를 놓고 각 업권과 업체 간의 경쟁이 한층 가열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재테크 고수’ 비결 벤치마킹
대형 은행들은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통해 상위 1~2%에 제공하던 개인자산관리(PWM) 서비스를 대중화하겠다는 공통된 목표를 갖고 있다. 은행들이 ‘부자 고객 벤치마킹을 통한 초개인화 자산관리’를 내세우는 이유다.
국민은행이 공개한 ‘머니크루’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소비자가 포트폴리오를 공개하고, 다른 소비자는 이런 ‘고수’들을 참고하는 한편 ‘좋아요’와 댓글을 통해 소통하는 일종의 금융 SNS다. 프라이빗뱅커(PB)들이 개인별로 자산관리 시뮬레이션을 해주고 재테크 목표 달성도 도와준다.
신한은행은 메타버스(3차원 가상공간)와 마이데이터를 합친 브랜드명 ‘머니버스’를 이날 공개했다. 가상공간에서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돈을 아끼며 모으고, 불릴 기회를 제공한다는 콘셉트다. 2030세대가 선호하는 한정판 스니커즈 출시일이나 주택 및 공모주 청약 일정을 알려주기도 한다. 우리은행도 개인별로 비슷한 연령대인 ‘재테크 고수’들의 자산 증식 비결과 소비 패턴 등을 알려주는 ‘고수의 랭킹’ 서비스를 마련했다.
은행별 특기를 살린 서비스도 여럿 공개됐다. 외환 부문에 강점이 있는 하나은행은 목표를 설정해 달러 자산을 모으고 불릴 수 있는 ‘환테크 챌린지’ 서비스를,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근로자가 경력을 관리할 수 있도록 연봉 비교, 맞춤 일자리 정보를 제공하는 ‘아이원 잡’ 기능을 선보였다. 농협은행은 공공·금융 마이데이터를 결합한 ‘맞춤정부혜택’ 서비스를 앱에 가미했다. 은행이 소비자의 가족 구성원과 재산 내역 등을 기반으로 임신·출산비, 영유아 양육비, 주거안정비 등의 지원 대상인지 파악해준다.
○결제 데이터로 ‘진짜’ 맛집 추천
신한·KB국민·현대·하나·비씨 등 5개 카드사도 통합자산 관리와 금융 상품 추천 등을 제공한다. 신한카드는 인공지능(AI) 기반 신용관리 서비스를, KB국민카드는 삼성자산운용과 함께 카드 포인트를 펀드에 투자해주는 ‘짠테크’ 기능을 공개했다. 비씨카드는 페이북 앱에서 결제데이터를 분석해 과소비할 경우 경보음을 보내준다.
소비 생활과 관련 있는 서비스도 많다. 여행지 추천과 영화표 및 숙소 예매 등을 앱에서 할 수 있는 KB국민카드의 ‘놀러갈때’ 기능이 대표적이다. 하나카드는 ‘조작’ 우려가 있는 리뷰나 별점 대신 결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내가 있는 곳 근처의 ‘진짜 맛집’을 알려주는 ‘내 주변 핫플(핫플레이스)’ 기능을 공개했다.
핀테크 업체 핀크는 자산통합 서비스에 보유 암호화폐를 조회할 수 있는 기능을 최초로 넣었다. 암호화폐 현황을 한 번만 입력하면 실시간 시세 변동에 따라 현황을 보여준다. 최초의 금융 SNS로 평가받는 ‘핀크리얼리’도 전면 업그레이드했다. 마이데이터 시대를 연 것으로 평가받는 뱅크샐러드는 “기술 업데이트를 통해 보다 신속한 가계부 및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은 개인이 보유한 종목의 투자 적합성을 인공지능이 평가해 점수로 보여주는 ‘AI스코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키움증권은 증권업계 사용자 수 1위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인 영웅문에서 개인별 유휴자금이나 저수익 금융자산을 탐지해 개선 방법을 제안해준다. 지역농·축협은 농협중앙회 모바일 앱 콕뱅크에 영농손익 분석, 농업정책자금 추천 등의 농업인 특화 기능을 가미했다.
김혜주 신한은행 마이데이터유닛장(상무)은 “소비자들은 본인에게 적합한 몇 개의 서비스를 선택할 것이고 업체들 간의 성패도 갈릴 것”이라며 “얼마나 차별화한 콘텐츠를 어떻게 제공할 것인지가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