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바우처
취약계층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꼭 필요하지만 수익성이 낮아 민간 기업이 참여하지 않는 사회복지 서비스를 위해 정부가 바우처(상품권)를 지급하는 사업. 간병·가사도우미·아동심리상담·노인수발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민간 시장 형성을 지원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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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2000억 '헛돈' 쓴 복지 바우처 사업
민간 기업이 수익성을 이유로 참여하지 않는 ‘사회서비스’ 사업(노인 장애인 아동 등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 바우처 사업)이 정부 예산 지원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서비스 이용률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과 비교해 이용 가격이 비싸고 서비스 품질 만족도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정부 지원금을 노린 업체가 난립하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 민간이 참여하기 힘든 복지 사업에 재정을 지원해 관련 서비스 시장을 키우고 일자리도 창출하겠다는 정부의 목표가 유명무실해져 재원만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당수 사업성 떨어져” 18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에 따르면 사회서비스 사업 예산은 2011년 6229억원에서 지난해 1조1900억원으로 꾸준히 늘어났다. 서비스 제공기관도 사업 초기 880개에서 2014년 2541개까지 확대됐다. 이 사업은 국가주도형 서비스 제공 방식에서 탈피해 민간에서 지역 수요에 맞는 사회서비스를 발굴·기획하는 것이다. 청소년 심리상담이나 음악 멘토링, 어르신 여가활동 서비스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사회서비스 가격적정성 연구’에 따르면 당초 정부가 의도했던 탄력적, 자율적 가격 결정에 의한 사회서비스 시장 형성 효과는 뚜렷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맞춤형 운동처방서비스의 경우 바우처 기간이 끝난 뒤 재등록률이 7.8%에 불과했다. 한 아동정서발달서비스 제공기관 관계자는 “바우처로 이용하다가 기간이 끝나 일반으로 전환한 사례는 전체의 5%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은진 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만큼 시장성이 없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민간 유사상품과 비교했을 때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거나 서비스 질이 좋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여성정책연구원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노인 수중운동의 바우처 상품 평균 가격은 한 달에 8만1000원 수준(정부 지원액 포함)으로 민간에서 제공하는 유사상품(5만8000원)보다 비싸다. 유산소 운동도 바우처는 7만3000원이지만 민간 상품은 평균 5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 연구위원은 “민간에서 노인 우대 시 더 할인해주는 것을 감안했을 때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다”고 말했다. ◆“바우처 시장 형성에 실패” 상당수 사회서비스 공급업체가 이용자 유치 경쟁에만 신경쓰느라 정작 서비스 품질 경쟁은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 과정에서 사은품을 주는 등 불건전한 행위도 발생하고 있다. 사은품 제공은 결국 서비스 비용 절감으로 이어져 전문성이 낮은 강사를 고용하는 등의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서비스 품질 하락으로 이용률이 낮아지자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문을 닫는 업체도 늘고 있다. 노인맞춤형 운동처방서비스는 전체 110개 제공기관 중 21.8%(24곳)가 사업을 중단하거나 폐업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동정서발달서비스는 407곳 중 121곳(29.7%)이 문을 닫은 것으로 추정된다. 민간 시장 형성에 실패한 셈이다. 바우처 결제(지원금)를 받기 위한 절차가 복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바우처 업체 관계자는 “프로그램 비용보다 행정인력 등 운영비 지출이 많아 감당이 안 된다”며 “서비스 자체가 모순적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시장 구매력이 없는 서비스에 정부가 계속 재정을 투입하면서 시장을 형성하려고 하는 게 과연 바람직하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보건사회연구원 관계자는 “제도 운영방식을 보완하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관리 능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 복지 바우처 취약계층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꼭 필요하지만 수익성이 낮아 민간 기업이 참여하지 않는 사회복지 서비스를 위해 정부가 바우처(상품권)를 지급하는 사업. 간병·가사도우미·아동심리상담·노인수발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민간 시장 형성을 지원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목표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2016-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