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절계약
[買切]출판사가 저작자에게 일정 금액만 지급하고 나면 향후 저작물 이용을 통해 얻는 수익을 모두 독점하는 계약을 뜻한다. 저작자의 입장에서는 일정금액만 받고 2차 콘텐츠 창작과 사용에 대한 권리 모두를 넘기는 계약인 셈이다.
관련기사
-
작가 저작권 강화…'제2 구름빵' 막는다
2005년 당시 무명작가였던 백희나 씨는 아동용 그림책 ‘구름빵’(표지)을 냈다. 무명작가의 처녀작이었지만 이 책은 40만권이나 팔리는 ‘대박’이 났다. 인기에 힘입어 뮤지컬과 애니메이션, 캐릭터 상품 등으로도 만들어졌다. 이 작품이 창출한 가치는 4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백씨가 손에 쥔 돈은 단 1850만원뿐. 출판사와 처음 계약할 때 2차 콘텐츠 창작과 사용에 대한 권리 모두를 넘기는 ‘매절(買切) 계약’을 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월 문화융성위원회 회의에서 “구름빵이 큰 성공을 거뒀는데도 작가가 얻은 수입은 2000만원도 되지 않는다”며 “이래서야 한국에서 조앤 롤링(판타지 소설 ‘해리포터’를 쓴 영국 작가)이 나오길 기대할 수 있겠나”라며 출판사의 매절계약 관행을 질타했다. 앞으로 이 같은 원저작자의 피해 사례가 줄어들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출판사가 계약 체결 당시 작가에게 한꺼번에 일정 금액만 지급하면 장래 수익 전체가 출판사에 귀속되고, 저작자는 아무런 대가를 받지 못하는 매절계약 관련 불공정 약관조항을 시정했다고 28일 발표했다. 시정 대상은 웅진씽크빅 교원 서울문화사 시공사 등 전집과 단행본 분야의 매출액 상위 20개 출판사로 공정위 심사 이후 문제 조항들을 자진 시정했다. 하지만 ‘구름빵’을 출판한 한솔교육은 매출액 상위 20개 업체에 들지 않아 이번 심사대상에서 제외됐다. 공정위는 우선 원저작물로 2차 저작물을 만들어 이용할 권리를 출판사에 양도할지 여부를 저작자가 출판사와 별도의 특약으로 정하도록 했다. 복제권 공연권 공중송신권 전시권 등 분리양도할 수 있는 저작재산권에 대해선 양도할 권리와, 양도하지 않을 권리를 저작자가 직접 선택하도록 했다. 지금까진 저작자가 명시적으로 동의하지 않아도 관행적으로 이 같은 권리 일체가 출판사에 넘어갔다. 공정위는 원저작물이 전자책(e-book)이나 영화 등으로 만들어질 때 영화사와의 계약과 같은 각종 처리 권리를 출판사에 전부 위임하도록 한 출판권 설정계약서 약관 조항도 시정했다. 이제는 이 권리를 1차적으로 저작자가 갖는다. 출판사는 저작자와의 합의가 있어야 이 권리를 위임받을 수 있다. 조앤 롤링의 소설 ‘해리포터’는 1997~2006년 영화와 게임, 뮤지컬 등으로 만들어져 약 308조원에 이르는 매출을 올렸다. 매절계약이 없었던 롤링은 인세와 영화 판권, 상품 로열티 등으로 1조원 이상을 벌어들였다. 하지만 한계도 있다. 공정위의 심사를 받고 문제의 약관조항들을 시정한 업체는 국내 총 4147개 출판업체 중 매출액 상위 20개 업체에 불과하다. 영세 출판사와 계약하는 무명작가들은 여전히 ‘구름빵’ 백희나 작가 같은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 세종=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2014-08-29